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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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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51회 작성일 08-03-0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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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불 켜진 여자


바이올린이 그 여자를 켠다
여자는 스스로의 몸을 떠나
저 작은 나무통에 신들린 듯 몸을 맡긴다
바이올린은 여자를 세세히 읽는다
여자의 몸이 움찔움찔,
희미한 불빛도 꿈틀꿈틀,
은밀한 교감의 촉수 끝에서
싹이 돋듯 소리는 태어난다
태어나 무지개로 떠서 잠시 어른거리는 동안
흐느끼는 가랑비에
온몸 환하게 켜져 있던 여인이 흠뻑 젖는다
물 흐르듯 풀려나온 나무의 전생이
난해한 여인의 생을 해독한다
반짝, 불 켜진 바이올린
자기 죄에 사무쳐 울던 여자가
나무의 환한 자궁 속으로 들어간다




굴렁쇠


내가 가지 않아도 간다
나를 앞질러
바람이 불고,
바람의 옷자락을 잡아도
가는 건 가고
가는 만큼 길은 회한의 실뭉치로 감기고,
잠깐 조는 사이
내가 나를 놓아버린 사이
강물은 벌써 저만치
아, 종종거리며 멀어지는
나보다 젊은 어머니
자, 잠깐만
여기가 어디에요?
나는 분명 여기 있는데,
보이지 않는 그림자
등 떠밀려 굴러가는
구르다가 툭 쓰러지는,
비틀거리던 긴 골목이 왈칵 쏟아놓은
텅 빈 마당


홍일표․
1988년 ≪심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 그 사랑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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