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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최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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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65회 작성일 08-03-0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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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희
 꽃을 지우는 시간


너 보내던 날
하늘 한번 푸르더라
햇빛 눈부셔 눈물 나더라
사진 속 너는 말없이
그저 웃고만 있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바람만 무심히
나뭇잎 그늘에 서성이더라

생의 한가운데서 죽음이 찾아와
몸의 치수를 잰다*

잎사귀를 뜯어내고
꽃을 지운다
이름을 지운다

검은 구두 발굽 아래
으스러진 시간들
침묵 속에 덫이 놓여있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검은 엽서’에서.





나쁜 피


우리의 뇌는
매일 5만 개의 뇌세포를 잃어버린다고 한다

형상기억합금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영영 길을 지워버린 채
먼 행성으로 불시착한
소우주선 C.M.S

그 여자 태어나지 말았었기를 바란 일이 있는가
할렘 강으로의 나들이
새벽 2시
한 밤 중
나 홀 로
하느님, 나 죽고만 싶어
하지만 나 죽은들 누가 서운해 할까*

불 꺼진 계단을 더듬어
꽉 막힌 콘크리트 벽에 이마를 박고
층계참 저 작은 창을 넘어서
깜깜한 우주로

누이야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이름 한번 불러주지 않고
흔적 없이 가버렸구나


*랭스턴 휴즈의 ‘할렘 강 환상곡’ 에서 인용.


최춘희․
1956년 마산 출생 ․1990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늑대의 발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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