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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신작시/박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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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38회 작성일 08-03-0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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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화
후배위


대낮도 벌건 대낮에 발정 난 도둑고양이 두 마리 난데없이 내 집 담장을 타넘어 와 다짜고짜 짝짓기한다 도대체 간이 부은 건지 원래 간이 큰 건지 도둑고양이란 말이 무색하게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안중에 없다는 듯 후배위 테크닉이 한창이다 아하! 몸이 있는 것들은 짝이 있고 짝이 있는 것들은 저렇듯 발칙하게 후배위를 아는구나 아침저녁 내 입속을 들락이는 숟가락도 수저통 안에선 버젓이 후배위로 누워있고 퍼런 군용담요 위에서 삼팔광땡 쩌-억 붙는 화투패도 그 아니 기막힌 후배위냐? 아랫도리 미끈한 배롱나무 아래서 저놈들 마침내 제 볼 일 다 보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휘리릭 담장 넘어간다 끝내! 마지막 일별조차 없이 하기사 따지고 보면 결국 한쪽에게 싸늘한 등 보이고야 마는 사랑이라는 것도 아무리 누가 쫒거나 뜯어말려도 끝끝내 몹쓸 이별과 한판 붙고야 마는 기어코 죽기 살기로 끝장 보고야 마는 저 집요한 후배위 아니더냐?





국화차


오랜 연인이 마주앉아
국화차를 우린다

더 오래는
꽃과 하나였던 향기가
그러나 마른 꽃잎 속에서
말라붙은 눈물처럼 깡말라가던 향기가
다시금 따뜻한 찻물 속에서
핑그르르 눈물 돌듯 그렁그렁 되돌아왔다
마치 한순간도
한몸이었던 걸 잊은 적 없는 것처럼

선을 넘는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수천 번 으깨고 짓뭉개도
끝내 서로를 버리지 못하는 꽃과 향기처럼
보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그대도 도리 없는 꽃일 터인가?

투명한 유리 다관 속에서
하늘 노랗도록 슬퍼 본 적 있었다는 듯
국화, 노랗게 우려진다

꿈 깨지 마라!
바스라질 듯 마른 잠 길었으니
젖은 꿈 오래오래 향기로울



박이화․
경북 의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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