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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신작시/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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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43회 작성일 08-02-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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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즐거운 번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번개를 기다린다
나를 번개치게 할 나를 천둥치게 할
천둥을 기다린다

전반적인 날들
나를 둘러싼 전선다발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정체불명의 전선 속에 갇혀있다, 닫혀있다

죽은 날들이 자라
내 속에 가부좌를 틀고
감각과 생각이 부딪혀 내 몸
부싯돌 푸른 섬광으로 타오른 지 오래

칼날마저 녹슬어 극한으로 치닫는 즈음
하늘 저편
맞짱 뜨는 기층과 기층 사이 시커먼 먹구름 뗏장을 뚫고
오, 반가워라 번개
번개가 올 조짐

몸 속 석유통을 꺼내어라
뚜껑을 열어라
정수리에 심지를 박고
번쩍이는 번개, 도화선을 지펴라

악어처럼
악랄하게 허공이 찢기울 때

네 속으로

폭약처럼

기습적으로

쾅쾅, 우르르 쾅쾅
오! 즐거운



누군가 내게로 오고 있다


시작이 분명치 않은 나의 꼬리가 모종의 음모처럼 자라난다 때를 맞추어 내 몸에 박혀있는 불온과 반역의 잭나이프 찰칵찰칵 칼집을 여닫는다 삶과 죽음, 연애와 결혼, 공존이 불가능한 조항들 위에 나를 던지는 것 나는 운명이란 말을 생각했다

액자가 깨어지고 가족사진 뒤로 모든 소품과 배경에 금이 갔다 원하던 바였으나 나는 쓸쓸했고 의심스러웠다 나를 만든 염색체와 내 몸에 흐르는 피의 성분을 알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내 안의 잭나이프, 내 안의 물불, 내 속의 빛과 그림자 나는 다시 운명이란 말을 생각했다

뜻밖에 나는 건재하다 늘 서있는 자리에서 나는 다시 길 밖이다 바라건대 극단의 꽃송이 극한으로 피어나기를 화려한 경고이기를 칼날처럼 쇠붙이처럼 첩자처럼,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철조망을 끌어안고 운명이란 말이 천천히 내 몸 안으로 흘러든다



김영미․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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