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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신작시/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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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48회 작성일 08-02-2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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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은


Zigeunerweisen


달력 속의 날짜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소녀여 그대는 눈부시구나 그래서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니 골목 가득 타이레놀만한 우박이 쏟아지던 날 그래 그랬지 넌 내게 네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려 달라고 애원했지 청춘은 저주 받기엔 너무 길고 달콤해 아주 오래전엔 상심한 바람이 항상 왼쪽에서 불어오곤 했지 그러나 그런 일은 이젠 네가 입고 있는 가르손느 룩에 비하면 지나치게 非政治的이야 다알리아가 푸르게 시들어가듯 모든 게 제멋대로 시들어가는데도 소녀여 넌 여전히 처녀처럼 구는구나 이제서야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좀 덜 통속적일 테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 고백하려고 할 때마다 넌 줄루족의 무당처럼 그저 동쪽을 바라보다 서쪽을 바라보지 혹은 남쪽을 바라보다 북북서쪽을 바라보기도 하지 그러나 그 어디에도 天竺은 없단다 정말이지 벌레가 다 파먹어버린 내 기억 속 蜃氣樓처럼, 蜃氣樓처럼 그렇게 소녀여 그래 그게 정녕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니 한 번도 머리를 빗어보지 못한 白髮의 소녀여



엘레지


沃度丁幾 바르신다 외할머니 손톱 하나하나 알뜰하게 바르신다 매화가 핀다 매화가 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외할머니 옷고름 씹어가며 沃度丁幾 바르신다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 다방구 하다 무르팍 깨지면 호호 발라주시던 沃度丁幾 손톱마다 살뜰하게 바르신다 녹실녹실 무른 손톱 손톱마다 沃度丁幾 빠알간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고 새파란 풀잎은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흘러, 가더라 어제도 오늘도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 안동연쇄 처마 아래 죙일토록 앉아 두 볼 발그레지도록 외할머니 얄궂게도 沃度丁幾 바르신다



채 은․
2003년 ≪시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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