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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신작시/박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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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78회 작성일 08-02-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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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호


상봉


조부 가시고
이태 넘게 비워둔 고향집에 가
폐가의 이마를 짚어가던 바람이
허리춤까지 웃자란 풀들의
상반신을 안고 뒹구는 마당 건너
녹슨 대못의 상처 안고 주저앉은
광문을 보았습니다.

겨울 내내
비닐 옷장에 걸려 있던
할아버지 외투 주머니 속처럼,
곰팡내 나는 그 안 들어서니
거미줄 빽빽한 광 한구석
낡은 사진틀 속 사내가
들깨 같은 웃음으로 환하게 날 반깁니다.

등 너머 무너진 담 아래
반쯤 돌아누운 양철대문 옆에서는
손등 주름 닮은
풀꽃들
방울방울 흔들리고요

늙은 감나무 하나
그 곁에 서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핥고 가는
세월바람을
손짓으로 가볍게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 改作



눈[眼]


이제는 속도를 조금 늦춰야 할 때

네거리에 다다르면 차들도

잠시 긴장을 풀고 쉴 곳을 찾는다

녹황의 눈들이 사방에서 차들을 지켜보고 있다

하늘의 네거리는 나무인가, 새들은

나무 근처에 오면 날개를 접고, 두리번거리며

발을 뻗어 나뭇가지를 움켜쥔다

불을 환하게 켜고 초록의 눈들이 새의 잠을 어루만져준다

너의 곁에 설 때마다, 나도 지친 다리를 뻗고

네 곁에 눕고만 싶다 그때는 어떤 눈들이

우리의 달콤한 꽃잠을 기웃거릴 텐가



박완호․
충북 진천 출생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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