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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신작시/함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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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25회 작성일 08-02-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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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하모니카 부는 참새


무더운 여름오후다
참새가 교무실 창가로 날아와 하모니카를 분다
유리창은 조용조용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하모니카 속에서
아주아주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나온다
물고기들은 빛으로 짠 예쁜 남방을 입고
살랑살랑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교무실을 유영하다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선생들 귓속으로 들어간다
선생들이 간지러워 웃는다
책상도 의자도 책들도 간질간질 웃으며
소리 없이 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선생들도 흘러내린다
처음 들어보는 이상하고 시원한 물소리에
복도를 지나던 땀에 젖은 아이들이
뒤꿈치를 들고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본다
수학선생도 사회선생도 국사선생도 보이지 않고
교무실은 온통 수영장이다



만약


만약 지상의 눈송이가 모두 벌레로 변한다면

만약 도시 상공의 구름이 모두 바위덩어리로 변한다면

만약 너의 혀가 끝없이 늘어나 두 줄기 레일이 된다면

만약 너의 방이 거대한 콘크리트괴물의 귓속이라면

만약 네가 걸을 때 빌딩들이 나무들이 둥둥 떠오른다면

만약 네 시의 글자들이 땅벌이 되어 너를 집단 공격한다면

만약 너의 입과 항문이 삼일 동안 바뀐다면

만약 태양이 만약이라는 노란 환각제 알약이라면



함기석․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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