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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신작시/강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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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95회 작성일 08-02-2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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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갑

몽정한 날은 역사라는 말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하늘에는 잿빛 구름하나 없는데, 어디선가 또르르르 물방울 구르는 소리가 나더니 비가 내린다. 유리창에 점점이 박히는 빗방울들. 서로 엉겨 붙으며 방안으로 스며든다. 머릿속이 먼저 젖고, 반질반질하고 차가운 그녀.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몸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

꿈을 꾸었어요. 질 좋은 콘돔 속에 갇혀 있는 꿈, 그가 쏟아낸 정액들이 일제히 달려들고 그때부터 자궁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무엇인가가 쉭쉭 소리를 내며 자라고 있었어요. 눈을 떠보니 알이 하나 있고, 그 알 속. 살모사 같은 생각들이 그리움을 잡아먹고 있었어요. 하늘 끝자리 햇살은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쏟아지는데 유리창엔 유행가 같은 비가 내리고 미끈덩한 그의 손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어요,

개 한 마리가 신나게 달아나고 있다.
그 뒤를 그녀가 쫓아가고 있다.
화석 같은 말들, 진보와 혁명이 그녀 뒤를 따르고
몽정 같은 역사,
썩은 아랫도리만 내 옆에 누워 있다.



사막을 키우는 집․2


뜨겁게 달구어진 시간의 덩어리가
온통 사물을 덮고 있는
여름 한낮

꿈을 꾼다.
꿈속에는 눈이 내리고
킬리만자로
표범의 발바닥에는 안개가 인다.
가끔은
두 쌍의 무지개가 잠을 잔다
무지개 그림자는
내 오른쪽 옆구리에서
호랑반점 나비가 되고

여름 한낮, 오후 2시
붉게 달구어진 도시 한복판
눈이 내린다.



강원갑
․2002년 ≪다층≫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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