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3호 신작시/고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03회 작성일 08-02-29 03:12

본문

고 영


아버지의 안전벨트


아버지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길을 끌어다 덮고 있었다
시멘트 똥이 묻은 작업화를 베고 있었다
겨드랑이에 낀 누런 종이봉투 속에는
식은 국화빵들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녹슨 가시관을 쓴,
속병 깊어진 후,
삶이 부도가 난,

아버지 얼굴에서 땅에 처박힌 늙은 예수를 보았다
-이눔아, 딴 맘 먹지 말고,
돈 벌러 가야 한다-
사타구니에 검은 가시가 돋기 시작한 뒤부터
말씀이 늘 말쌈으로 들렸지만
말로는 도저히 말씀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나는 결국 상고에 갔다

짐칸에 실린 아버지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노끈으로 칭칭 묶고 자전거를 끌었다
페달이 닿지 않아서 낮은 언덕배기도 넘기가 힘겨웠다
마음만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당신 그림자


당신 그림자
고이 간직하기 위해
나는 지금
젖은 땅바닥을 깁니다.

당신 없인
도저히 견딜 수 없기에

당신 그림자 속에
머리를 박고
입술을 포개어
숨결을 핥고 있습니다.

당신 그림자 다 마르기 전에

당신 그림자 다 떠나기 전에



고  영
․1966년 안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추천2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