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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신작시/문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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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수
새벽안개
이른 새벽
젖은 대지가 숨고르기를 한다.
푸______푸 아주 천천히
그의 숨소리에 선잠들이 일어나
시린 새벽을 더듬고 있다.
안개에 휩싸인 가로등이
내 종종걸음을 따라오며
그림자를 먹어 치운다.
하이힐 부딪치는 소리가
정적을 흔들며
길 위에 번진다.
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컹컹컹
안개 속을 뛰어온다.
다른 개들도 덩달아 떼를 지어 컹컹거린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쏟아지는 물의 입자들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릴수록 나를 휘감아 버린다.
봄비
자지러질 듯 온종일 봄을 부르고 있는 너는
먼저 나와 봄을 딛고 서있던 들 쑥 위에서 진다.
너는 숲 속 오소리나무 씨방을 열어 헤치고
겨울 내내 퍼낸 강물을 채우느라 살금살금
빈 수위를 기어오른다.
뻐꾸기 날개가 다 젖었다.
누군가의 발밑을 뚫고 나와 머뭇거리고 있던 것들이
문득 일어
문영수․
2006년 ≪애지≫로 등단
추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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