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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신작시/허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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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47회 작성일 08-02-2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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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청미





용하다는 占집에 가본 적 있다
점쟁이는 쌀알 한 줌으로 징검다리를 놓아
나를 데리고 아득한 전생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선 적의 목을 무수히 베어내던 무사였고
지금, 내 몸 깊은 데서 그 칼이 녹슬고 있단다

전생에선 날이 창창하던 칼, 그런 칼 하나
내 안에 잠자고 있단 말이지
이따금 불쑥불쑥 치받치는 것들
역류성 속앓이를 견뎌온 날들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아마 녹슬어 무뎌진 칼 한 자루 깊이 묻혀 있을 것인데
꺼내어 수천 번 수만 번 벼리면
한 치쯤 시퍼렇게 날 세울 수 있을까
어둠을 베어 빛 들일
칼, 아직 잠자고 있는
이끼 낀 터널이 습하고 캄캄하다



月蝕


비계(飛階)에 서서

지상에서 가장 늦은 새참을 먹는다

푸석한 입 속 노란 단무지

달을 띄우고

둘둘 자장면을 말아 넣는다

목젖이 캄캄하다


허청미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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