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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신작시/송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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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푸르나 찬드라*
나무와 결혼한 푸르나 찬드라
나무의 아랫도리에 푸른 물 부어주는 남자
그의 몸짓과 사랑의 언어는
들판 가로질러 능선 넘어
먼 이국의 내 귀에까지 닿았다
나무와 살림 차린 그 남자
어느 날 입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어떤 문제 물어 와도
각시나무가 척척 알려준단다
그래서 소문난 샤먼이 되었단다
나무가 인간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다니,
이젠 사람이 나무에게 경배할 차례다
나도 사랑하는 나무에 날마다
푸른 물 부어주는 나무의 각시가 되고 싶다
나무의 여자, 푸른 샤먼이 되고 싶다
*푸르나 찬드라:나무와 결혼한 독일의 한 남자.
만개
그래, 지들끼리 뭉쳐 겨우내 견뎠다는 거지
죽은 듯 기다렸다가 날을 잡았다는 거지
복사꽃 가뿐히 피었다 사라질 동안
자목련 무겁게 피었다 한번에 스러질 동안
어쩌다 시절 잘 만나
덤으로 만개한 봄날을 맞고 말았다는 거지
일제히 피었다가 지는 꽃들의 절도(節度),
가지 끝에서 할복하여 속까지 드러내 보이는
붉은 꽃들 앞에서 나 만개한 여자가 되고 말았다는 거지
송영숙․
1959년 대전 출생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할미꽃과 중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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