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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신작시/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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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96회 작성일 08-02-2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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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반달가슴


온천에서 본 노파의 젖가슴은
한 방울의 젖도 남겨놓지 않아서
하느님도 수선해 줄 수 없다
허름해질 대로 허름해진 젖가슴
그렇게 한참을 납작해진 젖가슴을 엿보는데
또 한 명의 노파가 뒤뚱거리며 다가온다

축 늘어지긴 했지만 무언가로 가득 찬 젖가슴을 흔들며
열두 겹의 아랫배를 흔들며
살아서는 단 한 평의 살도 떼어줄 수 없다는 듯
꿈틀거리며 탕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탕 속의 물이 조금 넘치는데
모든 것 다 내준 것 같은 노파도, 그럴 것 같지 않는 노파도
가슴에 반 통의 사랑이 남았으리라는 생각,
반 통의 사랑이야말로 광활한 一生을 달려온 힘이었으리라

반달도 가슴도 곰도 너무 멀리 있어
단 한 번도 손 잡아보지 못하였다
반은 내보이고 반은 감추며 살아온 어떤 냄새여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게
시멘트를 처바르고 봉해버린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함몰


등에 젖꼭지가 있는 여자를 보았다
영락없는 젖꼭지였다

꼭 있어야 될 것은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여자는
함몰 젖꼭지였다

유방에 없는 젖꼭지가
그 여자의 등줄기에 피어 있었던 것이다
거처를 잘못 찾은 저 꽃망울
검은 젖꼭지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둥근 무덤이 아닌
사각 등판에 뿌리를 내린 채
옮겨지거나 잘려나가는
압정 같은,

그 여자의 젖꼭지는 안으로 깊이 숨어들어
등 뒤에 맺혀있는 것을 빨려는 것은 아닌가
내게도 절실한 그 무엇 보이지 않는 곳에  
핏덩어리처럼 맺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내 몸에 매달려 있는 모든 것들
함몰 젖꼭지처럼 손잡이를 잃고 몸 안으로 스며든다
모든 것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박서영․
1968년 경남 고성 출생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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