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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신작시/김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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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운
미나리
미나리꽝 살얼음 밑에서
살래 숨을 쉬는 미나리
실뿌리 내리면
마른 풀잎 속에 몰래 슬어놓은 벌레알
꼼시글거린다
햇살 등에 업고
논두렁 아래로 제비꽃 뒹굴며
꽃망울 피워 올리는
봄판에
묵은 넝쿨 걷어내며
겨울을 털어내는
청둥오리
암쾡이마냥 앉았다 가려다
머뭇거린다
바람도 몰래 숨어서 보는
미나리꽝 겨울 그림자
살긋이 웃으며
봄옷고름 풀어보라고
잠자리
이슬을 털고 일어나 눈을 맞추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늘을 난다
날개옷을 짜던 시간을 잠깐 훔친다
흘러가는 물을 따라
세상을 훌훌 털고
어쩌다 이 짬
눈에 찍혀
꼬리를 물리고
하늘을 싣고 가는 고추잠자리
챙기다 놓친 것을 위해
줄을 흔들고 주저앉은 풀숲은
지금 뭣들 하는 겨
하얀 날개를 포개며
뒹구는 사랑이 하늘을 젓는다
이슬을 흘리며 나는 민들레 홀씨
물소리에 섞여 들리지 않는 작은 밀어를 듣고
꼬리를 물리고 싶어
엊저녁 달맞이꽃을 부러워한다
펼쳐준 날개를 저어가며
어쩌면 똑같은 빠르기로 나는가
꿈이다 천변에 뿌리는
김시운․
충북 보은 출생
․2000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 물빛 그림지는 혼자서 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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