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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신작시/권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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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85회 작성일 08-02-2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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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낙타는 무덤을 지고 사막을 지난다


어느 날 꿈속이었다. 밤이 되면 사막의 모래 바람을 피해 거세당한 낙타들이 모여드는 허름한 주막, 무덤을 등에 지고 온 늙고 냄새나는 낙타들이 고개를 빼고 한잔 술에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사막에서 눈이 멀어 쫓겨난 낙타는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는 지치고 병든 소경이었다. 여주인은 거세하지 않은 낙타를 주막에 출입할 수 없다며 갈증의 밑동까지 잘랐다. 낙타 등줄기가 눈곱같이 말라가는 것을 보고 이번만이야, 물줄기가 지나는 가슴을 열어주었다. 스쳐 지나간 고인 시간들의 눈물까지 짜주었다. 경계 없는 황홀한 지배, 순간 눈을 뜨기 무섭게 뜨거운 돌풍이 앞을 가렸다. 사막의 신기루였다. 수평선처럼 다림질한 끝없는 사막을 지나는 거세한 낙타의 무덤을 보았다.

사막이 낙타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낙타가 가는 곳이 사막이다.



죽은 그녀로부터 문자를 받다


휠체어 다리 사이 정물화처럼 멈춰져
발이 땅에 한 번도 닿지 않았던 그녀는
잠잘 때에도 운동화를 분신처럼 신고 잤다  

떠나던 날 새벽, 침상에 누워
이제 신발을 신고 꿈꾸지 않아도 된다,
수줍은 미소 짓고
도둑처럼 훔친 세상, 열고
큰 발자국만 찍고 떠났다

창밖에는 만개한 벚꽃들이
육신의 옷을 벗고 눈부신 기지개를 펴고 있다,
어느새 그녀도 새 하얀 운동화로 갈아 신고
허공을 가볍게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늘도 중력에 밀려 체중을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
땅을 적셨던 눈물의 단어들을 전송한다,    
그녀의 살점들이 문자처럼 진동으로 박히고 있다



권성훈․
경북 영덕 출생
․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 󰡔푸른 바다가재의 전화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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