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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신작시/박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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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용
황톳물
계곡 황톳물
푸른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일시에 점령하려는 듯
사정없이 침범하여
순식간에 꽤 넓은 바다를
누렇게 만든다
그러나 어디쯤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한동안 몸부림치는 황톳물,
결국 바다의 가슴에
왈칵 뛰어들어 몸 섞고,
비로소 하나가 되는
저 바다의 푸른 창
얼마나 아름다운가
앞만 보고 달리다가 불현듯
만나는 혼융의 세계
넋 놓고 바라보는,
잎들의 꿈
추위를 빠져나온 새 새끼들,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파란 눈을 반짝이고
실같이 가는 다리를 가냘프게 흔들고
보이지 않는 날개 연신 파닥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곧 날아갈듯이,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출렁이자
제 몸인 줄 알고 한껏 들떠 있는 새 새끼들
먼 산을 눈앞에 데려다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리조리 살펴보고,
땅에 발목 잡힌 버드나무 둥치
미동도 하지 않고,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꿈 부신 봄날의 잎들
박명용․
충북 영동 출생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낯선 만년필로 글을 쓰다가, 시선집 존재의 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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