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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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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32회 작성일 08-02-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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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혁


가시


그 해 12월 모든 뉴스는 너무 빨리 도착했다.
길가에 서있던 건물들은 제 각각 틈을 벌리고 서서
길도 끝도 없는 골목을 양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서 보자고, 거기.”
“어디라고?”
“아, 안 보여?”
“도무지 보이질 않아, 웬 전선들이 이렇게 얽혀 있는 거야?”

두런거리는 사내들의 속삭임에도 아랑곳없이 10년째 한곳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줌마는 직접 붕어빵을 열어
그 속에도 가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틈이 생겼고 건물들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틈 사이로는 햇빛이 간혹 비쳤다, 골목은 흉물스런
가시들의 윤곽이 되곤 했다.(골목은 생선구이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각 건물의 1층 입주자들은 침까지 뱉어가며
쓰레기들을 훑어내었고, 마른 낙엽 같은 말들이
뒹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너무 멀리 쓸려갔다.
보이는 것들만 제 몸뚱이
바람에 날리며 놀란 소리만 내고 있었다.

삼켜진 말들이 문제였다.
흔들거리는 건물들은 긴 그림자를
내었고, 기껏 모아놓은 말들은
그림자 속에서 사라지거나
유령처럼 건물 속을 헤집고 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사람들은 쉽게 입천장을 찔리거나
각혈을 했다.

모든 뉴스는 너무 빨리 왔다.
혹은 아무것도 뉴스가 아니었다.
붕어빵을 파는 아줌마는 재빨리
탄 것들을 옆으로 치웠다.
다들 옆구리로 삐죽 가시가 돋친 것들이었다.



문신


내 살 위에 손톱으로 쓰던 시들은
불꽃처럼 번쩍이다 사라지는 획들
어릴 적 어둔 방 담요를 뒤집어쓰고
하던 장난 같지 않아요?
손톱 끝을 따라 따닥 소리를 내며
잠시 빛나던 것들
그것이 정전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나중의 일
내 살 위에 씌어진 시가
상처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안 것도 나중의 일



우혁․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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