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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노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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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13회 작성일 08-02-29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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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춘기

붉은 방


그녀의 얼굴, 붉은 옷을 입고 있다
맑은 피가 송글송글 맺힌 부드러운 내부로부터
이따금 웃음이 터져 나온다

붉은 옷과 그 뒤의 얼굴 사이에 불이 켜졌다가
꺼진다 나는 개구리처럼 쪼그린 채 기다린다
찰나를 노려, 붉은 옷과 그녀의 얼굴 사이에
다이빙할 생각이다

   당신 바지는 너무 관념적이야
   코너링을 할 땐 좀 고개를 기울이라구

그녀의 웃음이 고무공처럼 튀어올랐다, 곧바로
붉은 웃음이 데구르르 탁자 위로 떨어져 구른다
손을 뻗어 주워 올리면
손가락이 뜨겁게 찢겨나갈 것 같다

   이제는 붉은 옷을 벗을 생각이 없어요
   이 방 안에 있는 건 다 내 것이에요

그리고 틀림없이 그 사이에 거대한 틈이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온몸의 시위를 당겨둔다
귀 밑에서 하이톤의 소음이 팽팽하다



Suicide Bubble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바깥을 향하여
맥주거품이 치솟는다
유리벽 너머를 응시한다
알몸을 빙글 뒤집으며
날아오른다
오 천국; 오 천정;
거품더미 연옥을 예감하며
라라라 노래를 부른다
멀리 있는 것들이여  
내 밑으로 내려가라
라라라 라라라
훤히 보이는 바닥에서
낳는 자 없이 태어난 것들이
죄 없이 투명한 것들이
수면 위에 켜켜이 싸이는
천만 송이 흰 꽃잎 무더기
꽃잎이 세계를 품는
윤곽이 사탕처럼 녹아 흐르는
거품 속으로
거품 속으로


노춘기․
1973년 경남 함양 출생 ․2003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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