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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최혜옥/바닐라 빵에 빠지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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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최혜옥/바닐라 빵에 빠지다 외 1편
최혜옥
바닐라 빵에 빠지다
따끈한 바닐라 향기, 마음의 중심부에 닿았다
이 감미로운 기운은 누군가의 호흡이다
향긋하고 윤기 흐르는 탱탱한 아침의 숨결,
실바람에도 설레어 부풀어 오른 가슴이다
호기심 가득한 베리빛 눈동자가
별이 되어 깜빡인다
눈 감으니
온몸을 사로잡는 갓 구운 살냄새
속살이 익으면 미각에도 갈빛이 돈다
태양 아래 축 늘어진 누런 콩꼬투리들
꼬투리에 압축된 바닐라 빈의 뜨거운 향기가
후각을 간질인다
빈 쟁반에 유산지를 깔고 담는다
사막을 건너보았기에
밤을 새워보았기에
너를 산다
전부를 걸고
누가 저 검지를 건질 수 있나
두고 온 고향엔
마당 살구꽃이 피고
On이 눈을 뜨고 커서가 깜박이면
왜 숨찬 허기와 졸갑증이 겹으로 덮치는지
내달리는 걸음을 제어할 수 없는지
클릭 클릭, 마우스의 등에 올라타
중모리에서 자진모리로 변환, 전환되는 검지의 리듬
날렵한 화살표가 지름길로 잡아끌고
붉은 입술의 블랙홀은 윙크를 퍼붓는다
저마다의 깃발을 달고 범람하는 길 위에서
업로드의 페달에 발을 묶은 채
스스로 호송 중인 검지
쉼표는
휙휙 지나쳐 버리고 지나쳐 버리고
없었을까,
돌아갈 좌표 또는 흙 내음
하늬바람 또는 쪽거울 같은 거
두고 온 고향엔 사람 몰래 찾아온 봄
저 혼자 피고지고
*최혜옥 201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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