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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이용훈/네비게이션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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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이용훈/네비게이션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외 1편
이용훈
네비게이션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너희 모자母子는 어쩜 목 뒤 쥐 젖도 닮았니 라고 말했지 사고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알아채는 어머니를 가좌동 콜롬보라고 의심 한 번 해봤다 두 개의 쥐 젖 연결된 걸까? 그 날도 선생님 슬리퍼에 눈높이를 딱 맞춘 어머니 내 목에 쥐 젖 뽑아버리면 모든 문제 해결될 수 있겠지 염원 담아 단박에 목 뒤 한 점 뽑는다 아얏! 뿌리까지 온몸 타오르고 검붉은 피는 재가 되고 나의 쥐 젖 흔적만 남고 어머니와 통신 두절 됐다고 생각들 때 낡은 네비게이션은 가로축 세로축 좌표 평면에 점 하나 찍을 수 없어서 경고창 뜨는데 가좌동은 북으로 가야 되나 남으로 가야 되나 어머니는 여전히 통화 중이고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한다
세탁실에서 탈수기가 싸움질이다. 몇 호실 빨래와 시비가 붙었을까? 추가 요금 내시면 조용한 방으로 옮겨 준단다. 총무가 공고한 밤이다. 누구는, 시끄러운 거 모르고 자빠졌나. 조문도 없는데, 싸움이나 말릴 것이지. 누런 런닝구를 빨래비누에게 던졌다. (확-무심결에) 피부가 갈라진다고, 체중이 줄었다고, 농담 걱정 반 반 하던 빨래비누의 하소연을 몰라봤다. 체육관 샌드백이 아니다, 한다. 세면대에서 게거품을 물고 죽자 살자 비비고 싸우는 소리에 고시원이 떠들렸다 가라앉았다.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다. 말리던 손과 팔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잠이나 잘 것을. 옆방에서 벽 한 번 두드렸을 법도 한데. 벽 타고 넘어간 소리에 애청자가 되었을까? 런닝구는 짜도 짜도 마르지 않고, 세탁비누 거품은 그대로 눅눅한 밤이 되버렸다. 나도 아껴야 해서 이 한 몸 눕히려는데.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한다.
*이용훈 2018년 《내일을여는작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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