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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조윤진/코로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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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조윤진/코로나* 외 1편
조윤진
코로나*
이곳에서는 춤을 춰도 좋습니다
자신을 잊기 위해 노력해도 좋습니다
안내문을 읽고 나면 엇박으로 걷게 된다 오로지 애드리브로만 연결되는 몸짓 쉽지 않지 다음이 없다는 거 수많은 샷들 중 나를 위한 한 잔이 없다는 거
일렁이는 빛과 타들어가는 테두리 끊임없이, 옥상에서는 정면을 보지 않을 거야 그곳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올려다 보거나 내려다 보거나 혹은 아무나 보거나
종이학처럼 사람들은 순진하다 소리가 사라진 댄스홀에서도 발들은 움직인다 스텝 스텝 스텝 여전히, 나는 멈춰 서 있다
머리를 쓸어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이마의 끝, 그림자가 시작되는 반대편
필터를 갈아 끼웠을 뿐인데 옥상은 루프탑이 되고 누군가의 드러난 뒷목을 바라본다
열대과일의 껍질이 말라간다 온 더 락, 녹으며
나는 내가 된다
집으로 돌아갈 땐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림자가 찬란할 때.
작열통
당신이 나를 소비하는 방식이 나는 싫어
당신의 자랑이 나는 싫어
아무도 없는 길가에 떨어진 돈다발처럼 그저 내가 당신 눈에 띄었을까 생각하다가도
몇십 년 만의 더위라는 말처럼 서서히 흐릿해질까
시들하게 식어버릴까
벽에 머리를 박으면 죽는 게임,
떨어진 자신의 조각을 먹고 먹으며 화면이 꽉 차도록 늘어나지만 정말 자신까지도 먹어버리면 죽는 게임,
그 게임 이름이 뭐야? 내 이름
그리고 난 당신 이름도 모르는데
이런 건 사이가 아니지 어떤 유희도 아니지
모두 다 당신 때문인데 나는 더
더 강해져야만 하잖아
깨져서 달리고 달리다 뒤를 돌아봤을 때 멍하니 나를 보고 있던 쫓아오지도 않던 당신 앞으로
〉
생각은 지하실로 내려갈 때의 뒷모습과 같아서
낮보다 위험한 밤을 떠올리게 해, 자꾸만 탓을 하게 해
아스팔트를 박차던 무른 발바닥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지 그 게임,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죽으면 된다
정말?
*조윤진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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