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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김현수/민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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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62회 작성일 20-01-0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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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김현수/민박 외 1편


김현수


외박



하룻밤 묵어가고 싶어
파도소리 담은 주소를 적어
갯벌에 보냈지
바다를 더듬던 손으로
채석강에게 젖을 물리곤 했지
몸집이 커지는 채석강의 냄새가 부풀면
멸치 떼는 바다의 높이를 재고
숨구멍을 열어젖힌 파도의 눈썹이
잘게 새겨진 방파제 끝에서
하루를 탐하던 노인은
수평선에게 시큰거리는 무릎을 물려주기도 했지
튀어오르는 생은
하룻밤 묵어가도 좋아
매달 스무여드레에는 파도가
꿈처럼 노인을 슬어놓고
방파제에 부딪쳐 시퍼래진 몸을 뒤로 물리면
바다는 문을 닫고
곰소항 어디쯤으로 고개를 돌렸지





매미와 왕벚나무



우리는 딱 붙어
맴돌고 있어요


죽어가던 왕벚나무
밑동에서 만나
어두워졌지요


버찌가 떨어지고
이파리가 재워줄 때까지
우리는 햇빛을 껴안고
여름의 일부를
깨물어 먹었지요


죽음의 문턱을 떠돌며
당신의 이름을
흥건하게 쏟아버리면
내가 매미인지
왕벚나무인지
이런 게 이별인지


여름의 잔등이
잔뜩 휘어지곤 했지요





*김헌수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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