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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엄태지/막걸리 한 병 놓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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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77회 작성일 20-01-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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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엄태지/막걸리 한 병 놓고 외 1편


엄태지


막걸리 한 병 놓고



인력사무실 앞 평상 위에서 두 남자가
초한의 승패를 겨룬다
이기는 법보다 지는 법에 더 익숙해진 저들의
공치는 날,
얼마나 많은 패전에서 살아 돌아온 장수들인가
한 수마다 필살의 힘이 들어간다
그래 언제 퇴로를 걱정하고 산 적 있었던가
몸 하나로 버텨온 저 걷어붙인 상흔의 팔뚝
찔러오는 급소를 피한다
접전, 이쯤에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
수많은 패전의 기억이 또 장고에 들게 한다
던지는 족족 패착에
겨우 목숨 건져 단기필마 하길 몇 번
가세는 기울었다던가 얼만큼 기울었다던가
폭삭 망했다던가,
말발굽 소리 난무한다
지다보면 이기는 법도 터득할 법 한데
한 방, 일도필살을 노리는가 이 판에서
초로의 장고가 길어진다





소문



그때 남쪽에서 올라온 소문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5월이었다
풀빛이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엔 홑잎으로 돋아나더니
쌍잎으로 커져서는 담을 넘었다
골목을 나와 고개를 넘어가고 넘어왔다
붉게 피우기도 했고 붉은빛에 가깝기도 했다
우리가 다 남쪽을 이야기할 때쯤이었을 것이다
호루라기 소리의 새들이 밤을 통제했던가
분주하게 뻐꾸기가 숲을 날아다녔다
떠돌던 말들을 그들이 검열하는 것이었는지
모든 것이 침묵했다
그럴수록 무성하게 번져가는 묵언의 외침
꽃을 피웠다
자주를 요구하는 자줏빛으로,
보라를 외치는 보랏빛으로,
세상이 광풍에 일렁였다
그때 나는 외부인으로 서 있었는데
그들의 몸부림이 내 종아리를 쳤다
붉게 감기는 핏빛을 바라보면서도 그것이
소문의 근거 없음이라고 치부했다
다시 5월이 오고
나는 그때의 남쪽을 생각한다
저 눈물 같은 꽃들의





*엄태지 2018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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