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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홍소식/조율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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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신작시/홍소식/조율 외 1편
홍소식
조율
인지 가능한 음역대는 16에서 2만 헤르츠
파와 솔에는 42.8헤르츠의 거리가 있다
항상 솔의 자리에 머물던 그녀
습기를 머금은 탓일까
오늘 밤 파열음이 되어 터져 나온다
끊길 듯 끊이지 않은 오열
알 수 없는 음역대가 발견된다
지금 당장 조율이 필요한데
나에겐 측정 가능한 절대음감이 없다
현을 조일 땐 아집을 내려놓고
평균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덕률부터 바짝 살펴야 하는데
그녀만 보면
나의 감각은 허물어지고 만다
간극과 간극이
정열과 정열이
기준과 기준이 만날 때
우습게도 조율은 조율되지 못하고
우리 사이는 파국을 맞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의 고음에 미동도 없던 내가
미세한 음 이탈의 파동에도
날이 서던 것은…
조율은 아이러니이다 황홀한 이별이다
공생
# 동상이몽
치매가 확실하다
오늘도 같은 소리만 일곱 번째다
엄마 아빠랑 있을 때보다 구시렁거림이 늘었다
인형들이 하나같이 배부른 이유를 알만도 하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 늙은이의 독백을 실컷 먹고 있었을 거다
앞도 못 보는 것들이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나에게 보내는 야유일 게다
할머니를 힘들게 한다고
# 불협화음
애비를 닮았으면 안 그럴 텐데
하는 짓이 영락없는 지 애미다
저것은 밥보다 바람을 잔뜩 집어먹고
싸돌아다니느라 끼니때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송아지 눈을 닮아 남자 몇은 살살 녹일 거다
헤헤거리는 웃음, 저것만 아니면
자식복도 며느리복도 손자복도 없는 내게 왜 혹처럼 착 달라붙어 있는지
내가 빨리 죽어야지 아니 끝까지 살아야지
지 몸뚱이 간수할 수 있게 고등핵교 졸업은 봐야겠다
눈깔 없는 인형들을 보고 있자니 맴이 참 착잡하다
*홍소식 2019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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