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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기획/감성의 건넌방/김씨돌/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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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호/기획/감성의 건넌방/김씨돌/슬픈 여자
김씨돌
슬픈 여자
어느 산골에 연기가 펑펑 나는데, 슬슬 앉히는지 빈 솥에 보아하니 물만 끓이는 며느님 좀 보소. ‘먹을 것 없고, 쌀이 한 톨 있나, 강냉이가 있나, 그럴 적에도 왜놈에 빌붙은 놈들은 자손대대로 기름기만 흐르고, 약초뿌리 하나 없는 우리 머슴들은 다 묶이어 품팔이 나간 거지 뭐. 그때나 지금이나 있다고 꼴값하고 있을수록 불쌍하게 생각하니, 없는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면 좀 좋아. 없으면 거지 발싸개만 하게 보니, 난리가 나서 천리를 가도 사람 하나 있으나마나 하게 다 죽어야 돼. 맨날 일찍 꿈쩍꺼리고 도라쳐도 이 년의 간나이들분밖에 안 남아. 그래도 죽어서 복을 준다니 선하게 살잖나. 원래부터 여자는 천성이 선한 걸 가지고 부정 탔다고 기절들하고, 내가 새끼 낳아 없이 키우고, 헛간에서 자고, 구정물밥 건져먹고, 공부는 못 가르쳐도, 못 배워도, 흙을 파먹다보면 세상이 잘못하는 거 더 잘 알아. 똥물은 누가 거르나 아니까 욕이 나오고 죽기로 싸우는 거야. 이래도 못 배웠냐고! 사람이 살다보면 지즘 먹고남아 켕기는 게 있는지, 뭔 신이 도는지, 한 번씩 절을 하고 잘한 것도 있겠지. 저어, 삿갓양반인지? 토끼대장인지? 물 한 잔만 떠 주실라우. 그게 지팽이요, 쌍날이요, 작두날이요, 대꾸요.’ ‘걱정 마우. 아무 때나 안 써먹을 테니.’ 어쨌든, 없는 사람이 너무너무 고생시럽게 살잖아요. 지금때 굶는 사람 많아요.
이리 차이고 저리 걷어들리며 법이 있는 놈들 좀 배운 놈들이 장난치면 끝이야. 농촌에 살다가 무얼 벌어 먹고 살라하면 자꾸 밀려나.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죽음으로 내모는 거냐고! 도둑질밖에 없지. 밥 먹는데 칼 들고, 어둑한 곳마다 등신도 아니고 신들끼리 재벌끼리 병원치기배도 아니고, 지구 도처 복지후생도 아니고, 들러붙어 오줌 질질 싸고 점점 더해요. 이 놈팽이들 사실 걷어보면 손마디 굵고 심지가 곧은 일꾼이더라고. 문제는 잘난 것들이 왜 그리 많아요. 못하는 건 너무 못해요. 도둑놈만 만들고. 하늘 땅이 딱 붙어서 다 죽어야 해. 앞으로 보라고! 한때는 민주통 찍어주라고, 없는 사람이 먼저 밀어주라고, 밑에 있는 놈들이 그러니까 앞뒤 모르고 당선시키니까, 자라주댕이들만 한삐까지 모여들더니, 간신끼리 나서서 다 해쳐먹어. 우리들은 좁쌀 헤아리고 또 배급 준다 할 거야. 놈들은 금덩이가 제일 많대요. 안 그래요. 토끼 아바이! ‘그렇소만. 숨겨 놓은 거 모조리 게워내야 해. 당장 저기 며늘아기 눈물 짖는 민솥에, 물만 조리는 빈 가슴을 보시오. 무슨 종심을 천심을 집어넣어야 쓸랑가.’
오늘도 얼어붙은 산이나 들에 웅덩이에 저 통일 연못에, 흙탕물만 비 오자 쓸려 내리는데 물도 흐리고 봄눈 녹으면 아직도 냉이 달래 민들레 고개 들라면, 밤은 깊고 날은 차갑고 사람 내음은 없고. 부모 잘 만났나 조상을 잘 만났나. 똥배 채운 놈들끼리 골프 치고 사냥총에 개 끌고 거들먹거리며 나돌지를 않나. 군부대 후문으로 누룽지 싸러 다니는 대바구니 각시 약만 올리네요. 그 별장 지어준 우리는 개만도 못한 걸요. 독종에 독종인 일제 남자들이 가라앉아야 우리 부모 원한을 갚겠잖어!
‘어디 다 그러겠소.’ 듣고 계시죠? 죽은 새와 살아있는 새가 한 몸이 되어 나는 것을. 이 꼭두새벽 따르르르, 두드리는 저 딱따구리만 못해요. 야생화만 못해요. 차별의 골이 끝없이 깊어가도 저들은 몰라요. 지구 오지오지 딸라 일불보다 못한 생이 천지 삐까리라구요. 예, 눈물바가지, 우리 엄마 이 눈물바가지를 신들은 두 번 다시 몰러요. 저 어려운 ‘토지·공개념’은 어디 가고 가진 놈들 끼리끼리 저 요트 별장, 개인 황토방은 어찌 하오. 예, 삿깟 어른? 녹두일손은 왜 개버들만 낫 쳐 잡고 마는지. 도대체 죽어야 고치는 병이오. 하는 척 트림하고 퇴근하는 공손들은 국록만 핏물만 마시는구랴. 생땀 흘리는 이웃들은 울러메고 물을 찾습니다. 물이 용서보다 앞선 위로임에도 평화용 차단기를 꺾고 밀고 들어와 내 신발 아래 감각도 없이 막 죽어 나뒹굽니다. ‘말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 냉장고가 터지니, 먹고 남은 거 던져놓고, 산 공기 더럽혀 놓고, 왔다갔다 당대만 잘 살면 끝인 줄 압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는 어른들께 ‘삐까뻔쩍한 방송 탔으니 어데 물 쓰는 먹자판 놈팽이 하나 못 만났느냐’고 짓밟힌 가슴에 화병만 후유증만 도지게 해놓고 새둥지 초록 잎사귀에 불 지르고 갑니다. ‘째즐, 째즐!’ 가만 보면 무얼 ‘거세게 믿는 자들’인 것입니다. ‘공부했다’는 아가리들 인 것입니다. 지금 뿌리 깊어지는 땅에 똥 풀 시기입니다. 자연순환기를 놓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찔레꽃은 피어나고, 모내기는 돌아가고, 일손 나눔 번져가니, 사랑 사랑에 물이 넘칩니다. 저희들 산토끼 야생녀들은 ‘꾸그꾹꾹!’ 뜬 새벽에 우짖는 초자연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흙향내 이외에는 벗하지 않았습니다. 믿고 따르지 않았습니다. 산도라지 넋이 메아리로 남습니다.
이토록 피눈물로 끌려온 여인들이, 소녀들이, 내 딸들이, 다 천당에 가셨다가 바로 튕겨져 나온 이유가 뭣이겠수! 콧등에 눈물이라, 빈 솥 빈 토굴 빈 하늘만 멍하니들 쳐다보는 그 시어미 아비들은, 이 시간 어두운 움막을 지나 땅굴을 스치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 피투성이로 뒹굽니다. 저 관광객들 좀 봐요, 생명 있는 건물 또 폭격, 검은 연기, 휴전안? 아, 누가 누구의 하늘을? ‘석학들’의 저 ‘박사실’, ‘무기 밀반입’, ‘비자금 조성 창구’, ‘농축 우라늄’, ‘배아줄기세포’ 등 왜 선수 치는 핑계덩어리를 만들었을까? ‘모르겠소. 다 각자 골짜기를 따라 극락으로 흘러들어 가셨나 보오.’ 안 되겠소. 또 비웃을랑가? 제대로 믿는 이들은 다 벗어던져야 해요. 안 그래도 숲을 벗겨놓고 무슨 경기장이 그래 많은지. 물은 죽어가는데, 근처 농삿꾼은 말라가는데, ‘여보, 인조 잔디류가 신의 뜻이오? 죽은 생들은 많은데, 죽인 놈이 있소, 없소?’
세 끼 따신 밥 먹고 부족끼리, 종파끼리, 운동 삼아 다니는 가진 자들의 저런 착취를 지우시고, 자연심으로 향기 나는 봄, 물향, 흙내음으로 다가오시라고. 시시때때로 울다 지친 솔 넘어 저 뻐꾸기가 우릴 대신해 서서히 목청을 트시는 것이오. 조금 전 땅이 울려 이렇게 나그네가 딴소리 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말씀’을 참아갔다. 머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없는 사람 돈을 줄여나 주지. 우린 테레비 안 봐요. 어쩌다 버스깐에서나 봐요. 못 배운 나는 부아가 나서요. 수시로 아프리카 사람, 남미 사람, 동남아 사람, 또 사막에서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들, 가끔 스쳐 가면 가슴이 찡해지는 것은 왜 그런지. 인간미가 더 나드라구요. 어떤 때는 헐벗은 내가 되어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고요. 우리는 왜 종교 간에 지방 간에 학교 간에 가족 간에 반씩 반씩 열두 쪼가리씩 갈라져 살아야 되느냐고. 이북사람 3년만에 떼부자 되드라고.
어떤 색시는 파 껍데기도 안 까고 씻어 그냥 먹어요. 우리 어릴 적 독일, 프랑스, 오지리, 이태리, 독신 선교사들처럼 구약성서 이전의 빵가루 삶처럼 그렇게 알뜰하드라고요. 있는 사람 돈이면 다 사는데 ‘그까짓 통일’ 할까 겁내요. 우리야 먹을거리 없는 기 불쌍하나 착하게 살았어요. 기지배 소리 안 하고 어머이 밥상 다 자시고 쪼그려 앉았다가 뒷걸음질로 나오죠. 어디 말대답해요? 얼굴 버쩍 들고 안 했어요. 노가다 딱 돌아와 말끝마다 욕이야. 서로 호호백발이래도 마구 대들지 않고 예법이 단단한 옛사람들이었어요. 요즘 세상 어떻게 된 건지 윗대가리가 썩었거나 떼강도질 하니 다 썩어가는 건지. 지난 삼십여 년 상도덕은 어디 가고 씨팔, 우리 식구는 다 죽었어요.
착한 애들을 눈뜨고 버리지를 못하는 이놈의 세상 떡을 쳐 죽일 놈들! 어휴!
‘자아, 어머이! 안정하시고 물 씹으며 드슈!’ 안 그래요? 토끼 아씨! 야아? 머? 교화소요! 사람 망가지는 게 금방이래요. 우린 욕할 줄 몰랐어요. 지옥론 이전에 한 몫 챙긴 자들은 숭배의식이 따로 있었어요. 이 고얀 놈아, 이 새끼, 저 새끼, 이 소리 없었어요. 그래 강냉이 갈아가지고 잘해 먹어야 보리쌀 좀 안치고 감자하고 나물 안치다 들락날락 밥이 퍽 눌어버리고. 불 때는 이는요 낭구 하나 때고, 재 받아 잿물 내어 빨래하고, 어디 편히 살아봐요. 아닌 말로, 종교단체 합숙소는 실상 천국이라구요. 다 받아 자셨다구요. 어느 신이 여식아들을 맨발로 내몰았나요. 고통 속에 눈 떠 막 죽이는가요. 내 믿음을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구요. 쌀 한 줌 생기면 봉지에, 옷장 밑에, 궤짝 밑에, 헝겊 쪼가리 자루 만들어, 생일 돌아오면 강냉이 한 통 삶아 먹는 날에나, 삽추싹, 모싯대, 곤드레, 딱쭈기, 중댕가리, 나물취 한 다래끼 뜯어다가 푹 삶아요. 강냉이는 한 숟갈도 안 되고, 그래도 병 없이 키웠는데, 화공약 공장에 나가더니 먼 고약한 냄새에 비슬비슬 하나씩 죽어가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도장 다 찍어주고 나니 고압선 철탑 같이 다 사기야. 다 공개해 죽일 놈들! 한이 맺혀, 한이.
다릿께 꿈방장사 옷을 이고 댕기고, 절구방아 떡을 해 달고, 묵을 해가지고 팔고, 삼탄 부록꾸 수십 장씩 지고, 한 장에 일원씩, 질통도 여자가 지고, 벌목도 하고, 제무시도 몰아보고, 동발도 끼워주고, 이래 애써 낳은 새끼 병간에 날리는데, 세상에 기운만 세면 다 제 껀지, 얼마나 해쳐 먹는지, 인생의 끝전은 종교 재벌 병원으로 거의가 모이나요. 그때 도적질한 놈들은 우리 자식들 죽인 살인자요. 재산은 우리가 뒈지라고 일 해 빼앗긴 피값인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반드시 돌려 받기 전에 이렇게 쓰러져 죽을 수는 없어요. 부로끄 찍듯이 잡아야 돼. 계피떡 찧듯 빻아 죽여야 돼. 연자방아 대갈통, 아, 하나 피범벅이 되어, 우리 며느리 하나 미쳐 버리듯이. 호미질 잠시 돕다가 끼어들어가 그만 나도 돌아 버렸지. 글쎄, 지르박 6박자 세상에, 연놈들이 ‘저런 아줌마가 3탄에 있냐’고, ‘세상 떡장사만 하는 줄 알았다’고, ‘해숙이 그년 새로 나온 춤은 다 잘 춘다’고, 씨부럴 놈들이 침을 질질 흘려. 바짓가랭이 공가 갖고, 내 더러워서. ‘아이고, 아지매! 청숫잔이 뭐이요? 남자 새끼! 하나 발 나요. 잘못했수다.’
이래라도, ‘쪼롱쪼롱!’ 봄 없는 초여름날 지저귀는 묏새들과 토종 붕어들 사이에서, 흙손 털고 그대로 초록지대를 바라보면서 실루엣 같이 기록하는 것은, 예, 암각화! 우리나라 어디라더라. 그 언젠가 사해에서 건졌는지 메사의 비석문도 있다는데. 그 말고도 세계 도처 노예 여성의 사랑은 애달픈데, ‘난 몰라요, 날 잡아 죽일 때는 언젠데, 자고로 돈 좀 있고 머 관에 있다고, 그 후 평강공주집 할 때 각시 안 꿰 찬 놈이 없어. 다 오입질이지 뭐, 지금 저 다리 건너는 저 멀건 저이도, 저 점잖게 걷는 저 자식도 다 개좆보다 못해. 저 새끼들이 쌀 한 톨 국제사회에 주었오? 술값은 얼마나 짠지. 몽딩이가 물탕한 것들이 다 쌔 빠져. 또 손 모아 기도 차, 주가 크나 작으나, 신학인지 사학인지 도도한 어느 곳에 긴 옷 입고 들어간다면서 딱지 땐다는 총각까지, 사내놈들 하나 쓸 모 없어!
그 많은 목석신들이, 심판장들이, 관심을 갖는다지만, 다 생색내기지! 말로만 불평등사회! 저들 신끼리 다 배신해! 어깨 힘줘! 시간표 사랑! 이 틈에 축구공 하나, 바이올린 하나, 꺼내놓고 밀림마다 종파끼리 없는 사람 아주 깔아뭉개요. 즈 말로 어떤 굵은 놈은 한 해 백여 명 따먹은 놈도 있더라고. 색시집 하다 말고 하루살이 나방처럼 돌아다니면서, 외제 신은 거들떠보지 않고, 도저히 이대론 인간장사 속이 상해서 골이 뻣뻣해 산으로 갔지. 속세를 떠났는지, 얼마나 흘렀는지, 어느날 선몽 받고 산신님, 용왕님, 신장님인지, 산장인지, 울며불며 징만 뚜드렸지. 여자가 길도 없는데 경운기 대가리만 지고 가 묵밭을 갈아. 빈집을 수리해 오갈 데 없는 어머이 할머이 같이 땅 파먹고 살게 되더라고. 제일 맘이 편해요. 결국 흙녀가 흙매질로 돌아온 거지. 이 팔다리, 신장, 간장, 자궁자궁, 다 새로 갖다 붙이고 아래위로 꼬매고 말로 다할 수 있겠소.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야 해요. 이른 아침 여기 봉우재 샘터에서 서로들 배고픈 산새소리로 주고받는 맑은 물 한 동씩 져나르고, 초록 항아리면 어떻소! 어리한 눈물로 맞장구치는 건 또 어떻소! 세상에 어느 부처가 그랬겠소! 어느 예수가 그랬겠소! 중간중간 꾸민 건 없다고 해야 옳지 않소! 남자야 일찌감치 어디 끌려가 소식도 없이 죽고 홀몸으로 남아, 말하자면 되도 않는 신화를 썼던 거죠. 예, 부귀영화도 다 꺾어진 사랑, 죽고서는 눈물이요, 되려 살아서는 핏물이요. 그래 서로 영이 쎄요. ‘약사도법’에 귀신을 보다시피 했는데, 수천 수만 남자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난데, 그까짓 신정 아니라 귀신인들 못 잡아내겠소. 말씨, 눈빛, 인상, 걸음걸이 하나만 봐도 다 운명이고 뭐고 거진 다 맞출 수밖에요. 어떤 남자는 뱀이 되어 엉크러져 썩어가고 어떤 놈은 뭔 뱀이 저 혓바닥처럼 빨간 기 있고. 눈에 안 띠는 하얀 뱀은 그때 도둑재산 빼내 외국으로 토꼈다가, 지금 범바윗골 밑에 가장 크게 해 먹은 놈인데 저래 널부러저 냄새만 나고, 어떤 남자는 능구렁이, 너물매기, 성끼뱀, 푸독새, 뻐덩새, 제즘 못된 짓 한 그 사내자식들에 그 얼굴 그 심뽀로 빌빌 기어다니는 냉혈동물인데, 뼈도 양심도 없던 살아생전 그 인간 몰골이었지요. 척 가는데 지게작대기로 모가지를 눌러 짱돌로 대가리를 짓이겨 놓으려다 도저히 이건 못 하겠더라고. 기둥만 해. 뽕나무 밑으로, 보리밭뚝으로, 논두렁으로, 삼각산 아래로, 살려보내게 되더라구요. 산 여분 떼기로 등날을 빼놓고 오라는 대로 더 나가면 너풀거리는 자연산 곰취와 참나물이 맞이하지요. 나만의 향에 취해 뜯다보면 길 잃기 좋아요. 정말 무서운 것은 지나치면 붙잡는다는 거요. 초록잎에도 어느 분의 혼이 실렸다는 거요. 의문사 가족은 깊은 계곡 치유센타에 계시는 게 아니래요. 따뜻한 손 내미는 인도적 심향이 나비의 죽음을 벗기시는 거래요.
사안기도가 결국 공이 되고 못 이룬 정이 되어 지나온 세월이 다 아쉬움뿐이지만, 정말 미운 내 자식 죽인 것들마저 이상하게도 배암이 되어 죽어서도 언젠가는 마주친다더니, 그것이 또 안 됐는지요, 웬수를 보고도 여자라고 또 눈물이 나다니요. 나만 그런지요. 착하게 살다 가야지, 내 남은 시간 착하게 살다 가야지요. 응달에 귀가 나온 게 나불나불 바위 밑에 귀 있는 뱀 처음 봤네. 그것이 백성이 원성을 알아듣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인가. 얼른 가시라 하니 수르르 송아지도 매놓으면 끌고 들어가요. 웬걸, 며칠 있다가 소낙비 떨구는데 몇 골 지나보니 논 가운데 죽어 있던데 뭐.
‘예, 논귀신 되어 논을 지키고 곡식을 지키려고요. 죽어서도 물 살리며 생명을 잇는 곧은 일 해 보려고요, 그래 푸른 농민이 일찍 떠나가요.’ 허나 논뱀도 가고 들쥐들만 더글더글해요. 무슨 싸가지 없는 농촌 관계기관이 그리도 많은지 다 빼먹고, 생쥐보다 못한 인간은 죽어서 지렁이라도 되면 좋겠지요.
무슨 농공단진지, 화공단진지, 연구단진지, 논이 다 씻겨가고, 살인가스가 범람하고, 쎄멘이 깔리고, 인간은 점점 흉악해졌어요. 도적질해 남긴 재물 몽땅 떠내려가요. 덩그런 묘마다 도박사이트가 파헤쳐가네요. 부정이 흙을 화나게 만들었지요. 선친의 뼈와 눈물로 향을 일군 흙신부터 받들어 물의 지구를 살려야 해요. 무자비한 신자본주의는 끝났어요. 이건 내 소리가 아니래요. 올바른 일 하다가 등천한 혼신의 마지막 말씀이래요. 가 보래요. 울며 댕기더래요, 누가 미쳤는지. 말 발자국이 관청 놈 앞마당까지 진입하고 칼이 날리는데, 닭모가지가 수만 포대가 되더래요. 오히려 역적 된 등신배들이 반성했다, 죄 씻었다며, 스스로 기어나와 고려장 같은 갱도 같은 데 처넣드래요. 어떻게 고준위 방폐기물이, 4세대 원자로가, 수소이온 농도 어쩌고 산소량 저쩌고, 안전한 에너지원 발전 공사가 되나요. 이제 그만 돌리자구요. 더 나가면 인류는 살아남지 못해요. 수습할 시간이 없다고 하시잖아요. 질갱이 삶이 자연화 노령화의 대안이 되어야 해요. ‘쪼롱! 쪼롱! 쪼롱!’ ‘퍼드득! 차르착!’ 초승달 빛에 차고 오르는 이 기쁜 말씀! 논붕어와 미꾸라지와 박쥐와 파랑새 방울새 소릴 귀담아 들으셔야 해요. 샘솟는 물과 샘물이 우리가 우리네 영육이 아닌가요. 흙물이 흐르는 빨래터에서 맞잡은 당신과 나의 발바닥에 찔레꽃 가슴으로 피어오르는 어떤 향샘이, 세대 간, 빈부 간, 종파 간, 응혈과 테러리즘을 자연히 물리칠 수 있다고 봐요. 헛허, 그런데 뭐래? 거름도 안 된데요. 그래 이를 안 지려고 하산해 대포장사, 더덕장사, 마늘 쫑아리라도 팔아가며 10월에 비지 풀어 배고픈 사람들 한 솥 끓여 대접해요. 막걸리 대접에다 꿀떡 같지 뭐! 그때가 저승이라, 다 털어 놓았지. 기집질한 저 년의 새끼들이 머리끄댕이로 끌려나와 도마질 당하던데 뭐! 그 후로 겁이 나서 떨꺼덕, 목에 밧줄 걸이 포졸들이 내 똥꾸녕을 따라댕겼어요. 좀 알아들으시겠소? 토끼 어사또! ‘잠이 오나, 계속해 보우!’ 그래 재봉틀이 동이 나게 되요.
안주인들이 겁을 안 먹고 옛날로 돌아가드래요. 이렇게까지 걷어주고 먹여준 여자들을 멸시만 한 거지요. 여자가 먼전데 사실상 남자들 종살이가 된 거지요. 이런 종교가 아직도 있으니요.
인제 나라도둑 발가벗겨 길거리로 내몰 거래요. 날 보고 여장부라고 하니 뒷날이 오면 아주 한 놈 한 놈 벗겨놓고 빻을 거래요. 총알은 엿 사먹게 하고 바늘로 찌르고 똥물에 튀겨. ‘잠깐, 생목숨을 함부로 그렇게 해요. 용서해 줍시다, 우리.’ 천만에 말쌈! 개 패듯 삼천리 강산 못된 짓 한 족속들 찾아내고말고요. 우리 같은 여자한테, 지 누이 같고, 지 어머이 같고, 지 할머이 같은 여자한테, 반말하고, 멸시하고, 쫓아내고, 씨뻘! 개좆대가리 장지뱀처럼 아무데나 굴리고. ‘어미이, 염병할!’ 멸하지, 멸망해! 선한 백성들 요리저리 해꼬지한 놈들아, 작살은 쳐지고 물은 흐를 것이다. 자고 계시는 삿갓 어른, 안 그렇소? 이때, ‘악~악~크악~’ 저 군중 속 고라니 어미였다. 피울음소리였다. ‘말씀 다 하시오. 자, 이 맑은 물 한 바가지. 앗따, 나도 정신이 나네. 그럼 나도 입이 있응게로, 음! 두고 봐라! 죽기 전에 털어놓아! 다 들려주어! 니 새끼들이 밟히고 나서 눈 감고 죽으려느냐. 세상엔 눈이 있어. 죽기 전에 빌어! 죽기 전에 엎드려!’
‘자, 숨지들 말고 나서서 좋은 일들 하면서 갚을지어다.’ ‘예, 끼어드신 신령님 말씀이 옳습니다만, 사람이랑게 양심 줄거지는 다 있거든, 높은 놈들 법을 아는 놈들이 쓱싹 닦아버리고 ‘왜 나만 미쳤다’고 하니 나라가 인권압살에 도둑놈들이 판을 치는 거지요. 단말기가 일초에 사오 원씩 피를 빼먹는 판인데, 어떤 기관은 삼백만 원치 훔쳐 먹어야 죄가 된대요. ‘얼마나 썩어 빠졌으면,’ 지구가 뒤집어지는 거지요. 이젠 경상도라 전라도라 그 옛날로 돌아가야 해요. 차별 심히 받던 서울분들, 충청도 강원도 평안도 외국인 내돌리지 말아야 해요. 그 뭐죠? 적도 남반부에 빚을 갚아야 해요. 숲, 물, 양식, 이름값도 못하는 신들을 돌려드려야 해요. 우린 알아요. 물가고, 제국의 큰손들을 잡아야 돼요.‘
이때 뒤편에서 ‘우린 몰라요.’ ‘초록 연못에서 밤마다 울음소리 들렸어요.’ 저희도 샛별처럼 그날 눈을 떴어요. 그래 또 님 따라 다시 하산해. 동이, 보리끼, 단지, 씨루, 화리를 머리에 이고 댕기며 어쩔 수 없이 또 술장사, 하지만 다 외상이지요. 양조장술 받아 놓고 팔았지요. 그러자 주걱 쳐든 한 애미나이가 나섰어요. 보시고 체험하셨듯이, 저 토끼아씨네 돌밭에 세 발짜리 도라지 당근 심 박히듯이, 나뭇잎 넓이만큼 새들의 날개만큼 물고기 눈동자만큼 해맑은 넋이 된대요. 지난 시절 감싸 안았던 오솔길에 들꽃 같은 옛님이 자유로운 꽃길마다 연초록 양심마다 우리 아픈 영혼마다 다 벗어던질 때 살아 있어요. 어디선가 삿갓짐 솔향기 따라 스쳐가신다.
‘모르겠네요. 사설풀인지 흘러간 민요 한 대목인지 원!’ ‘그 넉넉한 심지가 하늘이래요.’ ‘그래서요?’ 예, 사발때기에 80원 남아. 100원 남으면 다 적선이야. ‘주’가 누구신가요. ‘님’이 누구신가요. 두 분이 서로 돕고 일하니 모두 서서 한 대포씩 먹고 가요. 지게질 노동에 역시 시래기 비지탕 끓여 꿀맛으로 먹어. 두부공장이 역전에 있었으니 오가며 날라주고 배가 고파 맛있게 먹는 사람이 서로 잘 도와요. 국수 몇 가닥에 틈새 나물 많이 썰어 넣고 술주정꾼이 없어요. 연방 배가 고파 일하러 오가니요. 신양심은 일 나눔인지 하다 말고 눈물 속에 금세 지고 가지요. ‘이틈에 북녘땅 신음소릴 읽으셔야 해요. 경제로 어떤 무기로 비교분석 말아야 해요.’
그 시절 그래도 살맛이 났지요. 그즈음 사람 얼굴 보셨죠. 어디 남 등치고 부동산 투기로 떵떵거리고 문서마다 법망마다, 설교마다, 강론마다, 설법마다, 교수질 ‘바른소리’마다, 피눈물 걷어줄 듯, 넓어지는 사막 보듯, 상층교계 옴바람 일 듯, 거꾸로 볼수록, 썩은 입놀림마다 폔대마다 먹물 튀듯 거짓투성이던가. 왜 더 불쌍한 종족과 이웃을 잡나요. 보드라운 흙이 내 눈가에 뿌려진 후 굴복한 고백은 안 모써간셔요.
‘재와 똥을 뭉쳐요. 야생 조수류는 맑아요. 뒷끝이 없어요. 조끔씩 나눠줘요. 잘 커요. 산이 사니 물이 살고, 산나물 먹고 밝아지니 땅이 살아 굴러내리는 알심이 인심이 천심일 수밖에요.’ ‘홋호홋호!’ ‘뽀뽀뽀뽀!’ 오늘~도오~ 걷는~다~만은~ 정처 없는~ 이 지겟길~ 하오나 믿는 도시사람들이 관망 좋은 요지마다 세계 특급호텔처럼 다 들어앉았죠. 그렇지요. 그래도 없는 사람 살만하면 밀려나버려 골천부지 메란 없는데 청바우골 물이 집까지 내리치고 내려올 때는 요 소쿠리에 함지에 지고 보니, 사후 선발된 일자리들이 자갈 지고 빚을 지고도 참백성은 다 떠내려가는 거요.
‘자아, 야생동식물들아! 너네라도 삼칠 박수 좀 치거라!’ ‘뚱따당! 뚱땅!’ 신혼살이에, 사행심에, 대박, 박놀이귀신 말고, 어디 앞서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 뭐이 잘못했단 말이냐. ‘한 형제간에 평화스런 나눔’이란 그 험난한 시절 밤 두시가 되든 세시가 되든, 소복 입으신 자식을 난데없이 앞가슴에 묻으신 어머님들, 그 시각 편지와 책을 놓고 눈시울 붉은 난초 곁에서 울먹이셨던 큰 느티나무, 흙이 깊을 수록 향이 깊을수록 서생의 그리움으로 단단한 생명력으로 민주, 자주, 통일, 큰 줄기가 더 없이 뻗치나이다. 어려운 우리들 좀 걷어줄라 하면 멍멍이를 내세워 뒷목을 꺾은 게 누구냐고, 삼각산 암자를 때려부신 선임자는 한심한 종교갈등 및 민족탄압에 불을 질렀다. ‘오직 주’를 넘어, 너희 눈물 진 네 다리 뭇 생의 다정한 길벗이, 물 맑게 흐르는 저 샘물이 되길 빌어보자고.
‘저 어머님, 이제 그만요. 역사청산일랑은 열두 마당 꺼리로 쓰리살짝~ 넘겨나 봐 드리자! 애 말라 죽겠다!’ 앞마당에선 산새들이 폴랑폴랑! ‘옳커니! 결단코 암행어사 출또오!’ 뒷켠에선, ‘어사 토끼! 맨날 작두날은 무디어가고 그게 뭐하는 거래요?’
남자새끼들한테 맡겨놨단 백년 하세월이라니 어쩌면 좋은지요. 아주 착취기관부터 빠수든가, 태워버리든가. 믿음요! 주딩아리 믿음? 미자바리 정의? 그런 거 잘 몰라. 난 착하게 살고 도둑질 몰라 이 모양이 된 걸. 나 하나 죽는 거 좋다 이거야. 쫒아가고 싶을 때가 많아. 불씨를 들고 다 불 질러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고. 뭘 알어? 청에 앉아 머리 굴리는 놈들이 백성을 바보로 보고설랑. 나는 아무것도 몰라도 없는 사람 아주 못살게 만드는 이것이 도대체 무슨 사람 사는 사회요. 농촌사람 못살게 하고, 벌어먹고 살도록 두지. 저런 쓸 데 없는 거 십억 이십억 간판, 산 둘러친 까치철깡 없는 사람 주라고, 불쌍한 사람 나서자 이거야. 숨 떨어지기 전에 소리치자 이거야. 일어 나면 되요, 있는 사람만 살고 니하고 나하고 죽자고. 다 빼먹고 꺼풀만 남았으니 풀 뽑아 먹고 살도록 약이나 치지 말지. 아주 새까만 세상 되어서 있는 놈들 땅속에 공구리 해서 가진 놈들 싹 파묻어. 소리도 없이, ‘지나치시네.’ 좀 지나쳤나요? 사실이지, 저 떠있는 기도차, 가공한 인물들 땜에, 편하게 앉아 별로 쏘는 저 우주광란극 땜에, 정말이지, 아~ 세상에~ 우리 의문의 골짜기! 핏빛 가슴들! 지구 판떼기 하나! 돌려 박지도 못하시고, 하나님께서는 짐작도 못한 거래요. 보시듯이 산더미 같은 파도 가공할 핵발전소가 덮치는 거래요. 내가 노력한 만큼, 생땀 흘린 만큼만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소. 천인지 소청인지 두 필을 몸에 감고 뛰어드니, 시체가 물속에서 흔들흔들 하더라구요. 가제를 붙들어 맺죠. 살이 세잖아요.
징을 치고 신장 장군 쳐내니 눈알이 더 튀어나오면서 자기는 자살하지 않았다는데, 날 붙들고 들어가려는데, 밟아준다고 살살 빌고 식은땀인지 눈물인지 핏물에 푹 삼켜 서너 시간 식겁했네요. 성인군자 안 되려니요. 저거 날 죽이면 어떡하나. 물에 건져서 내가 감았거든요. 이번에는 신랑이 물에 빠졌던 거요. 여자가 신들린 자와 붙었어요. 엎어놓고 또 죽이네. 빠뜨려 떠내려가는데 뛰어들어 건져놓고 나니 이듬해 바닷가에서 무얼 따다 빠져죽었더라구요. 씨가 마른 바닷괴기인지, 뭔 바다신이 쫓아오고, 그 집은 얼라 낳다 죽었거든요. 병원에 가지 못하고 피가 나온다고 하더니, 동네사람들 아주 오지라 오가다 죽은 줄 모르고. ‘거 뭐죠? OECD 타령에 천국타령을 하니 그렇지요.’ ‘엇따 참, 미치것소! 생막걸리나 한 대포꺼리 없나?’ 너나나나 새하얗게 웃겨쌌고 어떤 때는 하늘신이 말하길, 끝을 펴고 죽으면 그렇게 편하답니다. 다 숨 하나 헐떡거릴 때 죄를 벗어야지. 그래, 그 중에 소나무가 된데요. 향이 좋아 솔향이 좋아, 솔이 된 사람도 많드라구요. 참나무, 벚나무, 향나무, 등등등 씻는 만큼 향이 배이드래요. 예, 하늘 조화로 인간이 되고 나무가 되고 살았는데 이제는 물이 죽으면 우리 시대는 다 살았는데 이런 애들은 어떻게 살아요. 너무 잘 사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내가 흙 살린 만큼 벌어가지고 자식들 데리고 걱정 없이 살다 가게요. 우린 너무나 고생스레 살았어요. 저고리마다 눈물에 적셨으니까요. 사람이 원래 선한 기라, 다 제 어머이 죽고 나면 그렇게 울더라구요. 시신 옆에서 외삼촌이, 군인, 순경, 공무원 아들이 그래들 엉엉 슬퍼 우는데, 죽고 나니 고생한 생각이 나잖아요. 죽은 것처럼 댕겨왔죠. 우리 자식들 속이 넓어요. 낳지 않아도 키웠으니까. 참 불쌍하게 키웠어요. 오면 집 짓기 전에 그렇게 자랑을 하면서, ‘고모야 엄마야 집 지어가 살 거요.’ 처녀 때부터 앞으로 치료하고도 애기들 못 낳았잖아요. 이만큼 산 것도 오래 살았다고. 친정어머니가 참 착해요. 외딴 부락마다 모녀 묘 곁엔 꽃이 피지요. 서른에 가고 오십에 가도 오래 살았다고요. 이처럼 착한 기 없드라고요. 그래도 여자를 울려요.
이게 뭔가요. 저 산새들이 우짖는 소리 들어봐요. 님 앞에 가서 머라 그래요. ‘소박하지도 못한, 숨은 재력가 종교’가 문제라구요. 우린 몰라요. 그저 마음씨 곱고 말이 없고 머라 그래도 성질내는 기 없고 내 잘 못했다 그러고, 같이 따라서 내 잘못했어 그러고, 나라를 부리는 사람들도 내 잘못했다고 금방 물러나면요. 맨날 그날이 그날같이 관료들 횡포 없이 일하는 맛에 제 향기만큼 묻힐 텐데. 저 골짝마다 밥 먹고 사는 것 같으니 죽어버리잖아. 누군가 다 도와주더라고. 방앗간 금세 다 와 해주고. 쑥떡 같은 기 찾아와도 잘못했어! 내 잘못했어! 다 착해요. 그런데, 이래 보면 배운 이들이 배운 게 이유잖아요. 대가리 굴리는 게 배운 거니까요.
저 세상에 왔으니, 우리 아빠 곁에 살다가 욕은 많아도 우리 아빠와 같이 살 거요. 이렇게 착하게 죽어 살았으니, 지금 많이 생각나니, 속이 상해 울어요. 사실 눈물이 많은 기 남자라고요. 우리 여자가 낳아 길렀잖아요. 어머니! 참 천상 여자답게 했어요. 뭐라도 해 주고 싶고, 먹이고 싶고, 누구와 일거리 저 주고, 있는 거 없는 거 다 나눠 주시고요. 그래도 가난은 벗어나질 않고 여기 와서도 복락은 어디로 갔는지요.
세상이 자꾸 쫓아드네요. 산다는 게 겨울나생이 뿌리 끊어진 것, 향긋한 내음 한 번 맞는 그 순간 같아요. 토끼아씨요! 미안해요. ‘아닙니다. 오히려, 밟힐수록 저희와 같이 하얀 민들레답지 못한 못난 믿음을 드러낸 것이 부끄러움을 넘어 되레, 예, 아멘을 넘어, 보살을 넘어, 후세 산자락을 넘어, 사기성 같은 게 느껴진답니다.’(아, 우리 엄마 본심대로 꽃 되고 새가 되어 손 한 번 잡아드릴 걸. 눈물, 저 피눈물을 닦아드릴 걸. 내 살아 생전에.)
어머니,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잔 받으십시오.)
실새풀 따릅니다. 함박꽃과 들메지기를 찾습니다. 사랑과 평화의 십자고사릴 뵙습니다. 비가 내린다아~ 사나이~이~ 흙가슴 속에도~ 아~ 천산만홍에 빙하가 녹을세~ 가는 곳마다 새벽기도는 아니지만,(숨은 당신은 슬픈 여자십니다.)
“찌즐 찌즐!” “콩콩딱딱!” “포르르~릉!”
♪♪날 쫌 보소 날 쪼끔만 보고 가소~
“이봐요~?”
당신은 총질 하지 않고 신을 가리지 않고 흙빛만 풀및만 보고 대접해 주셨습니다. 사랑해 주셨습니다. 눈물로 채우신 맑은 물, 우리네 어머니, 만신네 아버지, 당신은 이름 모를 새들의 산, 꽃들의 들풀이십니다. 이 못난 욕 한마디도 씀바귀 신내음으로 꼭꼭 묻혀 잡숴요. 내 비위에 걸린다고 곧이곧대로 살다가 그래요. 사람이 한평생 살다보면, 아니여, 이 시간도 무참히, 어린이들이, 부녀자들이, 이 가슴에 반평생도 못다 살다가는 어머님들 잊지 말아 주세요. 듣건데, ‘치유은사가 뭐겠수. 국태민안이 뭐겠수. 평화의 도구가 뭐겠수.’ 전 그건 잘 몰라요. 있는 사람 세월이지, 없는 사람 세월도 아니잖아요. 없는 사람 벌어먹기는 전통 때가 좋았어요. 오죽하면 이즈음 죄 짓고 싶어 감옥이 좋다 하겠어요. ‘모르겠소.’ 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우리 산새들을, 민물고기들을, 들꽃들을, 사랑해 주세요. 이 산 넘어 새 울고, 꽃 피고, 나물 나면.’ ‘여러분, 우리 슬픈 여자들을 앞서 나가는 여러분이 우리네 상상을 초월한 죽음들을 조금 생각해 주세요.’
아, 이 세상은 눈물 바가지다.
“신이 우릴 구했다구요?”(진짠가,)
“여보오, 여 참 좀 드려!”
“없는 사람이나 줍시다.!”
(걷는 짐삿갓도 뛰는 토끼 아씨도 맘이 좀 놓인다.)
선풍이여 안녕!
―고요하다.
‘톡톡~ 포올~ 폴 똑똑!’ 가만, 처마 밑에 산새들이, 아니, 밤새 눈이 많이 내렸나 봐 아차!(또 딴 짓 했네.)
사안도오라아지이~(얼마를 지나쳐 왔을까) 그래도~ 님을 사랑~ 했었~는데~ 앞 산에선, 앞 연못에선, ‘삐욕!삐욕! 쪽쪽쪽쪽!’ ‘천~버~덩~ 떠~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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