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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임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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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강빈
소
활모양의 긴 뿔을 한
동남아 지방에서 써레질하는 소나
포악하게 길들여진
스페인의 투우나
소는 소지만 왠지 낯설다
일본사람은
순종을 강요하기 위해
조선어독본 첫 장에
<소>를 가르쳤다
들판에서 풀을 뜯다가
산 그림자 밟는 걸음
위태위태하면서도
뚜벅뚜벅 한결같았다
외양간에서 별 보며
반추하는 조선의 소야
글썽대는 눈가에는
조선의 정이 스친다
나는 국수주의자가 아니다
앵앵거리다
전깃불을 끄면 우리 방은 칠흑이다 더는 어두울 수 없는 절벽이다
철 지난 모기 한 마리가 어둠 속을 앵앵거린다
그 소리는 가냘픈 가락으로 들리다가 공격 신호로 일변한다 얼굴 부위를 노리고 있다 반사적으로 탁 쳤다 멀리 도망친다 조준이 빗나간 모양, 번번이 실패한다 손바닥 치는 소리가 컴컴한 방안을 흔든다 부아가 난다 모기 한 마리와 대결에서 질 수는 없지 살충액을 뿌려서 그놈을 죽여버릴까
모기 보고 칼 빼기라 하던가 간헐적으로 잉잉거린다 그래도 참자, 체신머리가 없어서야 쓰겠는가
임강빈․
공주 출생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당신의 손 등 ․시선집 초록빛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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