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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장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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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60회 작성일 08-02-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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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주

우리들의 천국


핫브레이크, 하나로샴푸, 코카콜라, 쓸기담…… CF가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 TV는 천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죽음으로 떠나버린 친구와 배반한 貞姬, CF처럼 순간 지나치는, 흑백 사진조차 남지 않은 그 기억 붙잡고 우리는 생활의 그늘에서 묵은 먼지 털어내고 있었다.

레츠비커피, 멕시칸치킨, 美露화장품, 칠성사이다…… CF로 끝나버리는 금요일 밤, 리모콘 조작하는 손끝에서 천국은 소멸하고 있었다.



태양의 神殿


대답이 필요 없단다, 아가야. 오늘 햇빛이 차갑더라도 마왕의 갈색 외투는 탐내지 말자. 식탁이 언제나 호밀빵이라서 냄새나는 버터조각이라도 보내달라는 엽서 전했단다.

목재 의자에 박혀 녹슬어 간 구부러진 못대가리에서 금속성 삐걱거림이 소리 지르며 달려들고, 귄테그라스는 ‘양철북’을 앞장세워 권태의 먼지 풀럭거린다.

엊저녁 친구들이 데려왔던 안식의 대화는 조금 남아 있다. 그러나 오만한 시간들과 더불어 知性의 신전을 짓다 초라한 아침식사를 불평하기도 한다.

끝없던 기도를 마치고 나면 聖盃에 담긴 포도주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단죄의 태양 아래서 펄럭이는 천사의 밀랍 날개는 우리에게 나눠줄 양식이 없단다.

대답이 필요 없단다, 아가야. 바람소리 저편 어두운 莊園에 숨어 아편꽃들이 유서를 쓸 때, 은박지처럼 차가운 태양이 투명한 유리컵의 포도주로 담겨 있을 것이다.


장기주․
수원 출생 ․198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칠 때까지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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