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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남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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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
내 안에 원천 있다
―허망한
내 안에 시내 이루고 강 만들고 마침내 바다 되는 수수만 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원천 있다 참혹한 겨울 봄 햇살로 밀어내고 싹 붕붕 틔워 한 줄기 두 줄기 산지사방 휘늘어져 늘 푸른 숲 되는 내 원천 낳고 싶다 고달픈 자 병든 자여 수수만 생 살아 숨쉬는 자궁에 들듯 내 원천숲에 오시라 그대 숨 끊어놓는 거친 바람 내 원천숲 줄기로 갈아끼워 순한 잠 재우리라 내 안에 맑은 물 시원하게 쏟아내는 폭포 같은 원천 있다
어느 자살자의 집단자살 감행 기록서
드디어 자살을 감행하였다
더 이상 물러설 길 없는 배수진까지
아직 밀린 건 아니지만
불안한 배수진보단
앞서서 방어선을 지키는 게 현명하다
모두의 암묵적 동의 앞에
드디어 자살을 감행하였다
안개의 문을 열고 눈웃음치며
자살을 유혹하는 안개의 달콤함이여
안개 속에서 하늘로
펄펄 떠오르는 길을 보라
붕붕 날아가는 자동차를 보라
쑥쑥 기찻길 옆 옥수수마냥 키 자라는 전봇대를 보라
부쩍부쩍 몸피가 커지는 집들을 보라
언제 그 집이 누추하고 작았더냐
어느 때든 여차하면 자살을 감행하리라
일찌감치 세운 자살 전략에
밀리고 밀려 더 이상 밀릴 곳 없는
배수진이 아님 어떠랴 방어선도 아님
또 어떠랴 모두의 암묵적 동의 앞에
드디어 자살을 감행하였다
남태식․
2000년 ≪세기문학≫,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추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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