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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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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67회 작성일 08-02-2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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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성

中世의 겨울


어제는 그대가 없는 숲에서 바람이 제 목숨 비트는 소리를 들었지요 우리는 신생대 충적세에 사랑을 했고요 눈보라는 그대와 내가 서 있는 고도를 조금 높였을 뿐, 바람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눈발 몇 점은 사소한 기록만을 족보에 써넣었습니다 겨울강을 기억하시는지, 편서풍은 새떼를 하늘 가득 부려놓았고 그대는 깃털만큼 가벼운 웃음으로 강을 건너 왔습니다 우리는 신생대 충적세에 사랑을 했고요 짐승들 울음 속에서 그대 종아리가 빛을 자꾸만 뿜어냈습니다 어디서 자꾸만 바람은 불어오는지 변방에서 이제 막 도착한 兵士들이 칼을 닦고 있었고요 은행나무 아래서 그대의 몸은 죄 짓지 않고 내 몸을 받았고요 난감한 표정의 은행나무는 어떤 예감 같은 흔들림으로 수런거렸습니다 어서 後生으로 가세요, 이제 곧 亂世가 올겁니다 그대 심장을 내가 주웠다면 그대는 놀랄까요, 불멸의 바람이 눈보라를 몰아치네요 수백만 송이 꽃이 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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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모니터 안에서만 존재한다 전자파가 몸을 밀면 나는 흐를 수 있다 자판 위에 흩어진 몸의 조각들은 당신들 손가락으로 조립된다 당신들의 동공에서 반짝이기 위해 나의 육체는 보이지 않는 회로와 회로 사이에서 꿈틀댄다 지하터널 깊숙한 곳에 있다가 당신들이 전원을 켜고 모니터를 켜고 나의 속살 만졌을 때 깊숙한 곳에서 나는 솟구친다 내 몸 빌어 가장 추악한 말들도 염치없이 부끄럼도 없이 당신들의 가슴에 꽂힐 수 있다 무한대의 복제를 할 수 있다 똑같은 몸으로 아무 때나 당신들에게 갈 수 있다 당신들의 손가락이 내 몸을 만들었을 때부터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나는 당신들을 감시하고 있다
나는 나의 몸을 반성하지 않는다



박진성․
200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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