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1호 신작시/이선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66회 작성일 08-02-29 02:08

본문

이선임


묵은지를 먹으며


물웅덩이같이 옴팡하니
깊이 알 수 없는 연못에 빠져
안개 깔릴 때면 안개가 사방에서 몰려들고
안개 걷힐 때면 하늘로 하늘로 물안개 퍼 올리는 무풍 오무실
이태 전 이모부 놓친 우리 이모는
새끼 하나 낀 소 한 마리 남편 삼고 산다.
봄이면 봄나물
가을이면 고추 배추 당파 애무시
어머니가 포대 넘치도록 뽑아 담아도
이모는 웃으며 그저 많이많이 가져가란다.

언제부터 냉장고 한 귀퉁이 숨어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지지난 여름, 욕심껏 가져온 무로 담근 것
세월 탓인지 곰팡이 꽃 일고 검게 변한 무김치
반이나 걷어낸 묵은지를 먹으며 왠지 모를 삶의 생기를 느낀다.
뿌리는 아직도 아삭거리는 이모 살 냄새까지 깊숙이 배어든
과거를 떠올리며 때로 생기를 얻듯
묵은지를 먹으며 이모의 생기를 훔친다.
묵은지 군내 따라 다가드는 씨실과 날실의 추억
이제는 함께 직조할 날도 얼마일까 싶지만
올해라도 부디 무난히 하루하루 지나길 빌어본다.



기차 없는 마을의 기적소리


새로운 사랑을 찾기엔 너무나 늦은 오후

15층 지붕 위에 올라서지 않아도
삶은 내 오른쪽에서, 죽음은 내 왼쪽에서 줄당기기한다.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삶과 죽음의 줄당기기……
기억은 강을 넘고 들을 넘고 산을 넘어 달려도
시발점은 도저히 찾아지지 않는다.
가위로 잘라 버리기엔 웃자라버린 새파란 유혹

태양이 지쳐 산을 넘더니
어둠이 난간을 기어오른다.
어서 오너라, 핏빛 어둠아!
바깥세상으로 시원히 달려나가는 소리
기적소리라도 들려다오.
기적소리라도 들려다오.


이선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리토피아≫로 등단

추천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