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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신작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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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88회 작성일 08-02-2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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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깊이 와 박힌다


의사는, 내 오른쪽 눈에 확대경을 끼우고 망막을 샅샅 뒤지기 시작했어. ‘오른쪽을봐요’ ‘2시방향’ ‘아래쪽’ ‘왼위’ 좀처럼 그는 발각되지 않았지. 의사는 나를 의심하는 눈치였어. 없는 것을 보려 애쓴다고. 내 눈에 내 실핏줄들이 보였어. 섬세한 나뭇잎의 물관 같은, 그것들보다  더 섬세한 그는 깊이 숨었겠지. 누군가에게 들킬 양이면 벌써 내 맘에 보여주었겠지. 망막에 구멍이 생기도록 숨어있지는 않았을 거야. 의사와 간호사는 밀담까지 나누더군, 대체 뚫고 나간 정체가 뭐야, 하는 듯. 오른눈의 슬픔이 왼눈까지 옮겨와 죽죽 흘러내리고 좁은 공간의 그는 별수 없이 들켜버렸지.

의사는, 내게 총 쐈어. 우주인 같은 헬멧안경 쓰고, 쿠션을 총부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듯, 파란빛 쏘아대는 레이저는 내 뒤통수에 고여 박살내려는 듯 팽창했어. 그가 떠난 지 한참 된 이제서야 그를 몰아내느라 총질 받듯, 강한 빛의 울림으로 온몸이 나를 떠나는 듯해서 “그만!” 두 팔 휘저었지. 젊은 의사 화내더군. 그를 넣어두고 살아갈 거냐고, “내 것” 잘라 말했지.

몸 안에 맹장을 지니고 살듯, 그를 내안에 넣고 사는 것도 괜찮으리. 미소까지 지으며 사람 숲을 걷고 있었어. 무얼 보든 그는 거기에 먼저 와 있어. 비문증*으로 내게 있어. 이 봄날, 나는 그의 묘지가 됐지.

        *비문증 : 파열된 망막의 파편이 동공에 흡착, 떠돎.





비파계시험*은 누가 하는가


의외로 간단한 것이 건물 뼈대다 H빔을 가로와 새로로 포갠 후, 볼트로 빔의 너트를 고정시키면 수십 층으로 쑥쑥 오른다 간혹 삼각으로 고정되기도 하지만 가로와 세로를 튼튼히 하여 더욱 높이 오르기 위함이다

우리의 밀어를 고정시키던, 삼각으로 고정을 돕던 너의 몸짓들 비파계 시험을 거치지 않은 볼트였음을 공정상의 방편이었음을 건물이 완공될 즈음에는 드러난다는 거,

너, 사람아
손바닥으로 세상을 가리니!


        *비파계시험;쇠붙이의 내부를 검사하는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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