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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권두칼럼/강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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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화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의 FTA 체결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을 두고 각계에서는 주판을 튕기며 이익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이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보복관세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는 길은 일본이나 중국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안보적 차원에서 미국과의 동맹도 강조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국 사이에 홀로 있는 작은 시장 한국은 미국과 연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농업 부분과 영화 분야는 이들과 전혀 다르다. 공산품을 더 팔기 위해 식량 주권과 문화 주권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가 전체적인 경제 규모로 따졌을 때에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한국에게 손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흑자행진을 해왔던 미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과 FTA 체결을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다. 결국 노무현 정부도 신자유주의의 추세에 따라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에 동승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급함이 무슨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있다. 그 스스로 자신의 정권을 ‘좌파 신자유주의’차라고 한 것처럼, 그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있다. 좌파와 신자유주의라는 양립불가능한 단어가 양립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닥쳐올 당장의 모습을 이제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더 시급하다.
이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화가 어떤 형태로 변화할 것인지 한번쯤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자본의 무국적 이동을 용인해주는 신자유주의는 결국 막대한 자본력이 국내에 들어와 국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시기에 문화는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막대한 자본의 힘 때문에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가 들어올 것인가, 아니면 양극화의 가속으로 인해 그나마 있던 문화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하면서 상업적 문화만 살아남을 것인가?
확실한 것은 자본이 문화의 성격을 규정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문학으로 말하면 출판 자본이 출판물의 성격을 규정할 것이며, 영화로 말하면 영화 자본이 영화의 성격을 규정할 것이다. 이는 문화가 자본에 철저하게 종속할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로 인해 미국의 자본이 들어오면 한국의 문화 시장은 미국화로 재편될 것이 뻔하다. 때문에 한국적 정체성이 어느 정도까지는 유지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그리고 문화」에서 권경우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개념과 상황, 방향을 상세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한다. 그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개념을 설명한 후 그런 논의들이 결국에는 문화다양성을 훼손하거나 말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반세계화’, 즉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장한다. 그는 이를 위해 ‘문화/정치’에서 ‘문화=정치’라는 문화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문화정치적 사고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제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에서 김현정은 미국과의 FTA 협약을 위해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축소한 것을 두고 문화의 다양성 차원, 산업의 경쟁력 부분, 영화 스탭의 문제 등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그는 “스크린쿼터가 축소․폐지될 경우, 한국영화계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화된 산업적인 논리에 따라 영화를 만들 것이고, 영화산업의 양극화 역시 더욱 심화될 것이며, 전반적인 영화산업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영화 스탭들과 독립영화 및 저예산영화인들은 더욱더 열악한 위치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출판」에서 홍순철은 지금 출판계는 이미 신자유주의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있고, 앞으로 신자유주의 시스템은 더욱 세밀한 부분까지 우리의 출판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신자유주의는 출판 시장의 대형화, 자본화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며,” 이런 추세는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내야 하는 출판의 의미와 가치가 완전히 상실되어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그는 신자유주의가 기회가 되어 한국의 출판물이 외국에 소개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풍자적으로 성찰하는 문학」에서 오태호는 박민규와 김경욱의 소설에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 경향을 살펴본다. 그에 의하면, 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은 만화주인공들을 통해 ‘슈퍼특공대’의 제국주의화된 몸짓을 그리면서 미국의 백인 이데올로기와 질서를 다른 세계에 강제적으로 전파시키려는 것을 풍자적으로 그린 것이고, 박민규의 「아, 하세요 펠리컨」은 신자유주의적 질서 하에서 새로운 노동 시장을 찾아 떠돌 수밖에 없는 왜소한 제3세계 노동자들의 표상을 성찰하고 있다. 또한 김경욱의 「맥도널드 사수 대작전」은 ‘표준화, 효율화, 자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맥도널드화’ 전략이 제3세계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6월이 되면 월드컵 열기로 세상은 시끄러울 것이다. 그런 열기 속에서 스크린쿼터 투쟁도, 대추리 싸움도 묻혀질 것이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전 지구화된 축제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진행될 것이다. 여러모로 2006년은 매우 중요한 해인 것 같다.
―강성률(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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