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20호 신작시/문동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42회 작성일 08-02-26 23:40

본문

문동만


도강하는 멧돼지


지리산 빗점골에서 죽은 그 사내 고로쇠 뿌리처럼 쓰러져
한 벌의 장총과 누운 사내 그 사내가 술이 고팠던가
산중은 외롭고 날마다 주둥이를 들이밀고 캐먹어야 하는
밥 뿌리가 지겨웠던가 아니면 패배 이후의 세계가 궁금했던가
그래서 다시 살아났는가

호프집에 들이닥쳐 술 먹는 두 명의 소시민을
주둥이로 가볍게 들이받고 질펀히 흐르는 맥주를 핥아먹었다 한다
오래 전 달게 먹었던 密酒처럼 달았더라 한다
도심의 모처에서 지쳤으나 깊고 타는 눈빛을 뿜으며
고작 하룻밤을 은신했다 한다
날 밝자 낯선 후예들은 입을 틀어막고 탄성을 지르다가도
저것을 죽이라!- 이구동성을 질렀다 한다

월경의 죄는 예나 제나 다르지 않아서
피비린내를 머금은 사수들은 포위망을 좁혔고

그날처럼 퇴로도 없었다 한다
사내는 육중한 몸을 비틀어 강을 건넜다 한다
다리 위에서 사수들이 강물 위에는 추적선이
강가에는 사냥개가, 그리고 명치를 조준한 깊은 총구,
저 간지러운 총구에서 그 날처럼 총알세례가 터질 것을
예감했다 한다 도강이 끝나자 하얀 이빨에 걸린 그의 살점들
강가의 개망초 위에 뿌려진 그의 피
쓰러지고 말았다 한다 뭐 하나 뒤집은 것도 없이
뭐 하나 쓰러뜨린 것도 없이

도강의 죄는 늘 껍질을 벗겨주고서야 사면 받았다 한다
그날의 短刀 같은 어금니가 가을 햇살에 잠시 빛났다 녹슬었다 한다







우리는 서로 등을 밀어주었다

닿지 않는 등허리 한복판만큼
쉬 벗겨지지 않는 내밀한 허물
거기서 우리는 뒤틀린 등짝과 궁둥이와
언뜻 거울에 비치는 까칠한 턱을 보았다

우리는 때가 많이 밀리는 같은 炳을
앓았기에 누구도 부르지 않고
서로의 등을 밀었다

묵묵한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등이 인간의 맨얼굴이라는 걸

사람들의 몸에서 이끼 냄새가 났다
아마도 인간의 첫 水源池에서 자라난
건강한 이끼일 것이다


문동만․
1969년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

추천2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