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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신작시/이성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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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53회 작성일 08-02-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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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률


착각


착각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내 머리엔 감염된 파일이 없고
포르노그라피 정신 분열이 없다는 착각이
언제나 옳고 그름에 자유롭게 한다.
뒤집어 입은 속옷처럼 되돌리기만 하면
사랑도 언제든지 제자리로 돌아올 것처럼
나를 자유롭게 한다.

아침마다 내 머리 감기고 옷 입히는 것은
남의 이목이 아니라 나라는 착각이
오늘도 나를 자유롭게 한다.
잘못은 내 탓이 아니라는 착각이
나답지 않을 때 나일지 모른다는 착각 불러와
더러는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다행히 착각엔 미련이 없다.
재활용 분리함에 찔러 넣은
깨진 양심의 사기그릇처럼
얼마간의 거짓은 생활의 양념이 되고
나이만큼 변명과 편법 늘리고 살아도
여전히 난 도덕적이라는 착각 불러와
나를 온전하게 한다.

착각은 아주 가끔씩만 고개를 내민다며
오늘도 착각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어둠 속의 내가 낯설지 않다


불 꺼진 교실에 길이 있다.
내 앞의 책상들
제 몸피만큼 어둠 나눠 먹고
침묵을 재고 있다.
지나온 길 대부분 어두워서
어둠 속의 내가 낯설지 않다.
남아 있는 시간들 어두워도
안면이 두터우니 손해 볼 일 없다.

몇 번의 조짐 끝에
번개 꼬리 물고 온 정전처럼
삶도 한순간에 불이 나갈 것이다.
정리되지 못한 것 여기저기 널려 있고
미처 지느러미 수습하지 못하고 나간
아이들의 외짝 실내화
버려진 지우개 연필처럼
내 삶도 나뒹굴 것이다.


이성률․
2000년 ≪세기문학≫, 2004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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