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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신작시/장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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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28회 작성일 08-02-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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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혜


옆구리에 끼인 달


수박 한 통에 천원이라고 좁은 골목을 휘젓는 트럭이 올라온다. 그렇게 싼 게 정말 있냐고 눈이 번쩍 뜨인 사람들이 뛰어나오면, 시치미 뚝 떼고 앞줄에 앉아 있는 주먹만한 것들. 그러면 그렇지 이게 무슨 수박이냐 쥐어박아도 입 꾹 다물고 있다가, 대신 뒤에 수북이 쌓인 크고 잘 익은 수박 내놓고 뒤로 빠지면 된다고, 닳고 닳아 벌써 꼭지가 말라가는 것들. 산동네 돌고 돌다 내려오며, 날 저물어 떨이를 시작해도 팔려나가지 않는 저 속 갈라보지 않아도 훤히 보이는데, 일당을 받았는지 벌겋게 취해 지나가는 사내가 큰 놈 하나 골라든다. 아무리 밑지고 준다 해도 천원만 더 깎아달라고 실랑이하다가, 대신 이거나 가져가라고 척 얹어주면,
잘 익은 놈 손에 쥐고 덤 하나 끼고 트럭이 내려온 길을 비틀거리며 오른다. 옆구리가 환하다.



하루에 5분씩 늦어지는 시계


바람난 사내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늘어진 불알을 흔들며
어디 갔다 오는지
정신 못 차리고
제멋대로 종을 치고 있다
왜 이러냐고 멱살 잡혀 흔들려도
슬쩍 양다리를 걸치고
밤마다 수작을 하고 있다
밥줄에 오래 목이 매여
끓는 피 다 놓치고
아무 때나 가슴이 뛰고 있다
멀쩡하게 집으로 오다가
샛길로 자꾸 빠지고 있다
이렇게 죽어도 좋다고
초승달 같은 년한테
야금야금 마음 다 내주고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있다


장성혜․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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