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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신작시/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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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43회 작성일 08-02-2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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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노량진 사는 행복한 사내


강에서 바닷고기의 비린내가 온다

어둠 깔리는 수산시장이
생선의 배를 따개 새끼의 배를 불리는
사내들 악머구리로 끓는다

보기에도 현란한 사시미칼 서슬 아래
펄떡이는 생명 내장 쏟으며 쓰러지지만
서른아홉 대머리 박씨에겐 죄가 없고
죄 없으니 은나라 주왕도 안 무섭다

허풍과 농지거리 섞어
서푼짜리 생 헐값 떨이에 거래하는
고무장화의 거친 사내들
파르르 떨어대는 넙치 아가미에선
‘과르니에리 델 제수’ 소리가 난다

그래, 오늘만 같다면
이번 달 딸아이 레슨비는 걱정 턴다
새까만 박씨 낯짝
전갱이 굵은 비늘이 빛난다.



亡者의 명함


먹은 귀로 걷는 어두운 골목
휘황한 네온사인 모두 꺼지고
어둑한 길 끝머리에 선 낯선 사내
손짓해 그를 불렀다
두려움 아닌 반가움이 앞장선다

사라진다는 것이 마냥 쓸쓸한 일이기만 할까
제몫의 즐거움만큼 버거웠던 고난의 무게
물먹은 솜을 짊어진 당나귀의 그것마냥 힘겨웠다
허나, 춤추는 장미의 나날이 너머에 있다면
어찌 예수의 부활만 아름다울 것인가

노래가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지상에서
노래가 모든 것이 되는 천상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

콧노래 부르며 사라진 일흔 둘 사내
흔들리고 때론 술렁였던 생애를
명함 한 장이 또렷이 증언한다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회과
교수 김대환
서울특별시 종로구 홍지동 36-27


홍성식․
2005년 ≪시경≫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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