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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신작시/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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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탄
자살 폭탄
몸에 자살하는 폭탄이나 달고
다니는 사람
한국사람, 폭탄을 달고 다니므로
무섭다, 무섭다는 말을 들어야 할 것인가
가장 가깝다는 사람이 폭탄을 달고
다니는, 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날 아내까지 그런 말을 하기에
이건 무슨 소리인지
무슨 소리이냐고 물을 필요가 없다
나도 이제는 폭탄을 달고 다녀야 될 한국사람
하늘은 높고 푸른색인데
한 색을 제대로 볼 수 있는데
상소리보다도 험악한 폭탄
글쎄 자살 폭탄이라도 달고 다녀야 할 판이라니
새벽까지 비가 오다니
비가 오다니, 비가 오다니
비를 피하여 집에 일찍 와서
바깥을 바라본다
비를 맞으며
우산 아래서 소곤대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
자칫 비가 그치면
이야기도 쓸어가지 않을까
수챗구멍으로 흘러가는 나의 이야기
가만 있자
나의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 버리더라도
나의 상상할 수 있는
나의 몸 36도 5부
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이야기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순간, 너의 순간과
모든 순간이 하나가 되어진다.
빗줄기는 하나가 되어
새벽까지가 아니라 더 멀리까지
나와 너의 시간이 되어진다.
이 탄․
196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바람 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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