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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신작시/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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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70회 작성일 08-02-2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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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아이러니


그 남자는 눈알을 부라리며 고함을 지르다가
성난 화산처럼 식탁의자를 들었다 놓았다
미친 황소처럼 씩씩거리다가
문을 쾅 닫고 골방에 처박혀 잠이 들고

둥근 거울 안으로
백년 만에 눈이 내린다

후두두 발 앞에 떨어지는
은빛 기억의 파편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보지 못한 채

일요일 아침에 깨어나 식탁에서
거룩한 설법을 시작하는 돼지

상처는 영혼을 살찌우는 신성한 양식이니
마흔아홉 번을 용서하라
어디선가
낯선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자장면


여섯 해 동안 유방암을 앓아온 그녀
드디어, 수술을 했다
유방을 도려내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하느님께 기도로 매달렸다
지독한 고독에 젖은 독사
그녀의 몸 안에서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더니
커다란 열매를 맺었고
알몸에 뿌리까지 심어놓았던
도둑을 혼내주었노라고
그녀는 말했다

징그럽게 삶을 갉아먹던
슬픔이 칼날에 잘려나가고
핼쑥한 얼굴로 병실에 누운 그녀

검은 자장면을
나무젓가락에 감아 먹는다
자장면의 목숨이 길어 보인다


김혜영․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현대시> 등단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평론집 󰡔메두사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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