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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신작시/홍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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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96회 작성일 08-02-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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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행자승의 근황


만해사 행자승은 스물두 살, 곱상한 얼굴에 근력이 참 세지 험한 일 꽤나 겪어봤다는 그는 디지털 행자승, 엠피쓰리 다운받아 씨디로 노랠 굽지 이어폰 귀에 꽂고 세상과 접속하지 온갖 장르 섭렵한 그의 훼이버릿 싱어는 크라잉 넛, 밤색 승복을 펄럭이며 말 달리지 하루 두 번, 영혼의 갈기털 휘날리며 말 달리지 두두두두두두두두두 행자승의 法鼓 소리 참 예술이지 드럼 치듯 백팔 비트로 읽어가는 그의 독경소리 참 경쾌하지 크라잉 크라잉 행자승은 스물두 살, 호두알 머리 속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말발굽 소리




모나크나비


모나크나비의 고향은 멕시코 북부의 소노라 사막, 밀크위드 잎사귀에서 태어나 태평양연안을 따라 북상한다 해풍을 뚫고 길을 내는 그 먼 장정을 목숨 하나론 마칠 수 없다 한 목숨이 알을 슬어놓고 숨진 자리에서 새 목숨이 태어나 길과 길을 잇는다 캐나다 국경까지 장장 삼천 킬로미터를 날아오르는, 갔던 길을 되돌아 몇 대에 걸쳐 최초의 잎사귀로 정확히 귀환하는, 이 신비로운 비행의 秘意가 읽혀지지 않는다
나비꿈 꾸다 깬 사막의 새벽, 겨드랑이에 이슬이 말라있다 밀크위드 초록 잎에 나비알 크기의 태양이 뜬다 탈피를 거듭하며 기지개를 켜는 태양, 전생의 바통을 받으려 팔을 뻗는 찰나, 나비의 첫 날갯짓이 사막의 고요를 흔든다 일제히 날아오른 수천의 나비떼가 생의 해안을 따라 북상한다 검은 띠를 두른 황갈색 날개에서 파생하는, 전생의 산란하는 반짝임이 잉크빛 바다로 번져간다




홍은택․
1999년 ≪시안≫으로 등단
․저서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즈의 시세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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