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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신작시/손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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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40회 작성일 08-02-2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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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옥





시작도 끝도 없이 어우러져 돌고 있는 沼인 줄 알았다 형제는, 장자가 가진 장점과 아우가 가진 단점이 장자가 가진 단점과 아우가 가진 장점으로 둥글게 둥글게 어우러져 넘치지 않는 沼인 줄 알았다 형제는 감쪽같이 감추었으나 들키고 말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문어발을 씹으며 웃고 즐기는 속에서도 손톱 밑에 끼어 있는 때를 보고 말았다 장자는, 모든 만남의 최우선이 형제여야 한다고 직설하고 수수억 년 미래까지 함께 누울 육 남매 묘지의 필요성을 강설하고 아우들은 최우선과 차선에서 혼돈의 고개를 세우고 영원히 살아남는 법을 아는 얼굴로 양양하게 앉아 있다 장자의 쉰 목소리는 흡착력이 떨어진 문어발이다 초고추장에 뒤덮인 문어 머리다 대천 앞 바닷가에 나란히 나란히 누운 육 남매의 머리 위로 유월의 달빛이 그 어머니와 아버지의 회초리보다 푸르다 모로 누운 장자의 양쪽 눈 가장자리에 촉촉한 빛이 반짝였다




범띠 유감


이야기 속에 善의 모델은 호랑이가 으뜸이다
이야기 속에 惡의 모델은 범이 으뜸이다

어머니는 사주 오행상 나를 지배할 남자는 범띠 남자뿐이라 했다 쥐띠 어머니로서는 영남루 기둥만한 다리로 펄떡거리는 나를 감당치 못했던 축원이었다 쥐띠 어머니는 반짝이는 까만 눈으로 늘 나를 살피다가 어느 날 소원대로 범띠 남자를 데리고 왔다 처음 본 그는 범띠가 아니고 호랑이띠였다 그의 지배는 저돌적인 억누름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그의 이빨을 뽑고 미끄러운 털을 눕히고 날마다 그 등에 나를 태우고 조건 없는 수용으로 내 기를 쓰다듬으며 꺾어갔다

사주 오행상, 戌時에 태어난 그는 한밤중 포식으로 배가 불렀으나 戌時에 이르면서 허기가 져 번쩍이는 범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쥐 소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모든 동물들을 추격하고 위협하고 장악하려 했다 강과 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어도 날카로운 뼈와 힘은 숨겨진 그의 야성이었던 것을 아무도 몰랐다

호랑이띠에 꺾어진 줄 알았던 나의 기가, 범띠 유감이
온몸을 빠져 나가려고 몸을 뒤틀어 올리고 있다


손한옥․
2002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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