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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신작시/강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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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60회 작성일 08-02-2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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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순

그믐달이 뜬 이유


기기도 전에 서서 설치는 망둥어, 바다가 키운 뻘밭을 종횡무진 설치고 다닌다 달이 기울지도 않고 만든 한사리 개펄, 강물을 끌어 모은 달이 떴는데 파도를 재운 달이 떴는데 섬을 싸안고 달이 떴는데 어, 어라 망둥어가 설치고 다닌다 밀물과 썰물의 교대가 눈금보다 또렷한데 밀물과 썰물의 약속이 명경보다 맑은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쳐내듯 설친다 설친다 조강지처 쫒아낸 애첩처럼 설친다 덴 자국처럼 번들거리는 설친 흔적 속에 튀어나온 두 눈을 두리번거리며 서른 개의 꼬리를 감춘 망둥어 어, 어라 이제는 개펄을 통째로 삼킨다 개개비 둥지 안에 알 낳고 시치미 떼는 뻐꾸기처럼 삼킨다 삼킨다 씹지도 않고 삼킨다 삼킬 수도 없는 것을 삼킨다 삼켜서는 안 되는 것을 막무가내로 삼킨다 멀리 허공을 사이에 두고 이순의 바다가 띄운 까만 달이 검은 달빛을 개펄에 쏟아내고 있다




파란 이끼


젊음은 워낙 늘품으로 뭉친 거라서 기어가 없고 엔진이 없고 기름이 없고 기름통이 없고 안전벨트는 있을 수도 없고 늘품으로 뭉친 젊음은 손에 쥔 것이 없어서 뱃심이 있고 뚝심이 있고 장딴지가 있고 굵은 팔뚝이 있고

팔뚝이 리어카를 굴렸다 바닥을 치고 오르며 리어카를 굴렸다 벼랑 끝에 매달린 석양을 팔뚝이 끌어올렸다 새파랗게 질려있던 바람이 나뭇가지에 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쪼그리고 있던 걱정이 촐싹대며 달려와 노을 속에 잠겼다 팔뚝 사이로 파란 이끼가 조금씩 조금씩 뿌리를 내 속으로 뻗쳤다


강윤순
․2002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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