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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신작시/최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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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14회 작성일 08-02-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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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천


지상의 새들


옛날 거지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편하고 그를 감싸고 있는
풍경이 평화로워 보였다
부유한 자들이 흘린 것을 주워 먹고
나무 그늘 밑에서 끄벅거리며
졸음도 양식으로 쪼아 먹던 그 새들
왜 없을까?
하품과 눈곱으로
바쁜 사람들의 마음의 공터였던
먹여 살리지 않아도 건강하던
그 새들, 이따금 새장을 물어뜯으며 소리치던
도무지 울타리도 집도 유치장도 필요 없는
그 새들은 어디에 있나
그들이 덮고 자던 이불인 이슬
그들의 지붕이던 하늘에서
가끔 낙엽처럼 떨어지는 새가
그 새들일까?
작업복 입은 채로 전철 타고 출장 가다가
나를 거지인 줄 알고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이 쥔 손을 벌써 알고 모여드는
스산한 비둘기 떼 같아



지상의 진짜 새들인
거지들이 그리워진다




장갑


내가 끼는 용접장갑은 가짜 가죽으로 만든다
번번이 남의 것을 끼게 된다
어쩌다 새것을 끼면 한 사날
손목이 뻣뻣하다
헌 것을 끼는 부드러움이여
손가락 이음매의 실에 본드를 발라주면
불똥이 실을 태우지 못해
오랫동안 낄 수가 있다
열흘쯤 끼다보면 장갑도
주인 손을 알아보는지
남이 끼면 꼭 벗어 준다
일주일 전 아내가
나를 벗어버리고 무단가출을 했다
나는 벗어 걸어놓은 장갑처럼
출출하다



최종천․
1986년 ≪세계의 문학≫, 198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눈물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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