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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신작시/김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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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사랑
1.
봉투 속에
片紙紙를 접어 넣고
주둥이를
맞추는 거다,
한참
2.
껍데기인
내가
알맹이인
너를,
꼭
내가 눈독들인 가시내들은
내가 눈독들인 가시내들은
임자가 있더라
가시내들은 뒷간에도
안 가는 줄 알던
아무런 계산속이 없던 소싯적
풀쐐기처럼 툭툭 쏘고
달아나기만 하던 나의 첫사랑,
감꽃 주워 목걸이 만들어 주고 싶던
귀때기에 피가 갓 마른
그 가시내마저도 임자가 있더라
좀더 철들어
은행나무가 마을에 군림하듯
서 있는 집에 살던 그 가시내,
내 마음의 갈피에 은행잎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름 끝 자가 蘭인,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그 가시내도 임자가 있더라
문과대학 시절 도서관에 죽칠 때
소피아 로렌 빼다 박은
암말처럼 덩치가 큰 그 가시내,
백 번 찍어 안 넘어지는 나무 없다고
마음의 도끼 갈고 닦았는데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본 걸까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큰일 날
그 가시내 겁나는 임자가 있더라
내 동작이 굼벵이 같아
선수 치지 못한 탓인지
남들은 못 먹을 감 찔러도 보는데
내 낯짝이 너무 얇은 탓인지
골키퍼 있다고 공 안 들어가는 것 아닌데
임자 있어 순순히 뒷걸음친 내가
너무 억울하게도 시집은 또 딴 데로 간
적어도 한번은 배가 박처럼 불러 다닐 얌체들
내가 눈독들인 가시내들은
임자가 있어 봤자더라
김재석․
전남 강진 출생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까마귀 등 ․번역서 즐거운 생태학 교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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