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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제 19호를 내면서/고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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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12회 작성일 08-02-2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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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호를 내면서


한반도의 신명, 민족의 어울림

최근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의 기운으로 활기에 넘쳐 있다.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6.15민족통일대축전>(2005. 6. 14.~17.)이 평양에서 남북한이 한데 어우러져 개최되었으며, 분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한의 작가들이 평양에서 <6.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2005. 7. 20.~25. 이하 <민족작가대회>로 약칭)를 가졌고,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8.15민족대축전>(2005. 8. 14.~17.)이 서울에서 남북한이 한데 어우러져 개최되었다. 이렇듯 한반도의 대지는 평화를 위한 남북 교류의 뜨거운 열정으로 폭염을 무색케 하였다. 6.15공동선언 5주년과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한반도는 냉전과 분단의 장막을 걷어내고, 민족의 평화와 통합을 끌어내자는 민족적 열망으로 그 어느 해 여름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굵직한 남북 교류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은 <민족작가대회>다. 5박 6일 일정 동안 남북의 작가들은 평양 한곳에 머무른 게 아니라, 백두산․묘향산 등에서 함께 이동을 하며, 무려 60년 동안 고통스러워했던 분단문학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민족의 최고 지성인 남북 문학인들의 만남은 가히 놀라울 만한 일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하여 분단을 극복하여 통일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문화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민족작가대회>는 남북 문학인들이 남북 문화 교류의 차원에서 만남을 가진 것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동안 남북이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과 정치체(政治體)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한국어란 모국어를 공통으로 사용한 동질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모국어에 깊이 스며 있는 민족의 정서를 다 함께 실감하는 가운데, 분단을 추상적 차원에서 넘는 게 아니라 민족 구성원의 구체적 삶 속에서 분단의 질곡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계기를 실질적으로 모색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말하자면 민족문학의 역사적 실천으로서의 가치를 보증한 게 바로 이번 <민족작가대회>가 갖는 역사적 의미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민족작가대회>에서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 <6.15통일문학상> 제정, <통일문학>(가칭) 발간 등에 남과 북, 해외 작가들이 뜻을 함께한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대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백두산 정상에 올라 해돋이를 맞으며, 분단을 넘어 통일의 내일을 꿈꾸었던 일이. 백두산 정상의 검푸른 천지는 태곳적 비경을 간직한 채 분단의 대립과 갈등을 넉넉한 품으로 껴안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운해 사이로 동터 오르는 해는 하늘과 땅의 모든 세계를 영롱한 햇살로 속속 비치고 있었다. 그 순간 천상과 지상의 모든 존재들은 너와 나의 경계가 나뉘지 않은 하나의 어울림이 되고 말았다. 고은 시인은 그 순간 그 특유의 절규하는 목소리로 <다시 백두산에서>란 시를 목 놓아 읊었다.

해 뜬다/이 삼천리강산 모든 풀잎들 꽃잎 이슬들/아침햇발 한살 한살에 눈 뜬다/몰싸리꽃 곰취꽃/우정금꽃/기뻐라//(중략)//이대로 쪼개어진 절반짜리로는 더 이상 못 살아/돌아쳐/못난 가치철망 조용히 걷어내어라/못난 내 마음 속 굳은 벽 녹여/거기 문 연 푸른 들녘이거라//(중략)//과연 장군봉 망천후 사이 날릴 듯 날릴 듯 날릴 듯/세찬 멍석바람에 휩쓸리매/내 조국 전체를 바라본다/소백 간백을 본다/북포태 남포태 마천령을 본다/구름장 비껴/온 넋 드러내는 무슨 산 무슨 산들을 본다/그리하여/내 온 운명이 노래 된다 춤이 된다」/내 허파도 지친 쓸개도 춤이 되고야 만다
―「다시 백두산에서」 부분

이 절규의 시가 어찌 고은 시인만의 심회이겠는가. 백두산 정상에서 해돋이 행사를 맞는 참석자 모두의 심회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이 정상에서의 해돋이 행사는 단순한 문학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남과 북 해외 작가들이 민족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기 위한 문학적 실천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그곳에서 대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중한 꿈을 꾸었으며, 분단의 민족적 상처가 말끔히 치유될 그날을 기원하였다.

이러한 저간의 현실 속에서 ≪리토피아≫ 가을호의 특집으로 주목한 것은 ‘지금, 이곳’ 우리 문학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다. 특집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현재 우리 문학판은 너무나 고요하다. 매달 작품은 각종 문예지와 출판물을 통해 발표되고 있으나, 이들 문학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새로운 미학적 충돌을 보이는 비평의 목소리는 고요하기 짝이 없다. 아니, 논쟁점을 형성하는 비평이 제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되, 그러한 비평에 논쟁적 대화를 걸어오지 않는다. 논쟁이 부재한 문학. 고요 속의 문학. 끔찍스럽다. 이러한 작금의 문학판에 대해 세 명의 필자가 예각적인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승하의 「적막강산이 너무 싫다」를 통해 우리는 현재의 시단을 비롯한 우리 문단 전체가 평가 부재의 문학, 출판상업주의의 범람, 대가 치켜세우기 등에 대해 다시 한번 뼈저린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경수의 「우리 시단의 한랭전선에 대한 우울한 보고서」에서는 우리 시단이 겉으로 볼 때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시의 열기를 보이고 있지만, 시단의 치열한 소통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음을 예각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최강민의 「비평 논쟁의 침체와 문학의 죽음」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렇다할 비평의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 못하는 평단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특히 소장 평론가들 사이에 비평 논쟁을 꺼려하고, 이른바 급수에 맞는 비평가들 혹은 매체들끼리 논쟁 아닌 논쟁을 하는 풍토에 대한 지적은 오늘날 우리 비평계의 치부라 할 만하다.
우리 문학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은 이번 특집으로 기획한 세 필자의 글에 대한 일독을 권한다. 문학 시장의 풍요로움의 이면에 기이할 만큼 정체(停滯)되고 있는 우리 문학의 현주소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기를 수 있을 터이다.
이번 가을호에는 젊고 패기 발랄한 신예 김경주 시인의 작품을 소시집의 형태로 소개한다. 김경주 시인은 올해 대산문예창작기금을 수혜한 문학적 장래가 촉망되는 신예로서, 밀도 있는 시적 상상력과 전위성을 통해 우리 시단의 나태함에 경종을 울린다. 이외에도 젊은시인 집중조명으로 박해람의 시와 그의 시세계에 대해 배용제 시인이 촘촘한 언어로 분석을 시도하였다. 김경주와 박해람의 시세계를 통해 우리 시단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는 기쁨을 만끽하였으면 한다. 물론 ≪리토피아≫의 신작시를 읽는 즐거움 또한 놓칠 수 없다. 중견 시인으로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가을의 수확처럼 시의 풍성함에 영혼을 살지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호에는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한 정서영 시인을 소개하게 되어 설렌다. 시단의 말석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리토피아≫는 정서영 시인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신인의 출현을 축하드린다.
늘 그렇듯이 ≪리토피아≫의 계간평을 통해 지난 계절에 어떤 작품이 문학적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계간평은 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고역이다. 젊은 비평가들의 성실하면서도 날카로운 계간평을 통해 독자들은 근래의 문학 동향에 대한 큰 흐름을 간파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동호 시인의 시집과 전성택, 공선옥의 소설집에 대한 서평 역시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그리고 ≪리토피아≫에서 매호 공을 들이는 것은 문화산책 코너다. 문학의 인접 장르의 영화를 통해 문학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의 소통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에 대한 혜안을 기를 수 있었으면 한다.
끝으로 독자들과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 있다. ≪리토피아≫가 창간한 지 햇수로 6년째이다. 올해 한국문예진흥원이 우수문예잡지를 심사한 결과 선정이 되었다. 그동안 독자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옥고를 보내주신 여러 필자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점을 ≪리토피아≫는 겸허히 잊지 않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문학인들 및 독자들이 있는 한 이 땅의 문학은 그 생명의 빛을 소진시키지 않을 것이다.
올 여름은 무척 무더웠다. 폭염 속에서도 옥고를 보내주신 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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