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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신작시/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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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60회 작성일 08-02-2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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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우리 아버지


많은 가솔 거느린 수탉
벼슬엔 늘 피가 묻어 있었다

새벽 울음소리도 한낮의
울음소리도 목이 쉬어 있었다

벼 한톨이라도 자식들에게
더 나눠주기 위해 자기 입에
들어가는 밥도 아까워했던 분
아 우리 아버지

*
상강(霜降) 지나고 냉기 더해 가는 계절
아침마다 긴 살포 들고
논두렁 밭두둑 거닐며 찬이슬에
베잠뱅이 흠뿍 적셔 오시던 분
그 이슬 차갑지 않으셨는지……

이제야 알겠다
찬이슬 녹이는 뜨거운 이슬
당신 속에 또 있으셨다는 것





누렇게 익어가는 땀방울 바라보시며
뜨거운 이슬,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을 것이라는 것

지금 냉방에 앉아 이 글 쓰며
뜨거운 이슬 솟고 있는 당신 아들처럼



우리 어머니


계모의 학대를
콩쥐 가슴으로 이겨낸 소녀

그 가슴 먹고 자란
우리 9남매, 거미 새끼들

거미 새끼 한 마리 이 밤 울고 있다

새끼들에게 속 다 뜯겨
껍질만 남아 간 어미 생각이 나서.

직접 본 그림 아니지만
본 것보다 더 선명한
그림 하나 너무 아파서.

*
뒤뜰의 큰 배나무
지난밤 강풍에 배 많이 떨어졌다
소녀, 그 배 주워다가
물에 깨끗이 씻어 바구니에 이쁘게 담아
계모 머리맡에 둔다





‘이번엔 어머니의 사랑 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나 늦잠에서 깬 계모
그 많은 꿀배 팥쥐와 둘이서만 바숴댈 뿐
콩쥐에겐 하나 먹어보라 주지 않는다
꼴깍 침 삼키며 장독대 뒤로
눈물 감추러 달려가는 소녀


김동호․
1934년 충북 괴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시산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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