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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신작시/고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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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국
용장산성 바늘엉겅퀴
철야 백병전에도
남을 놈은 남는다
항몽의 황토끝자락
용장마을 101번지
삼별초 핏자국 같은
엉겅퀴 또 피었다.
행궁터 빗나간 화살이
석화송이에 박혀서
바람 없는 날에도
들풀들은 몸을 떨었고
돌쩌귀 삼년을 버틴
무명용사 증언이 붉다.
가라, 편한 길로
배알 없는 자들은 가라
쟁쟁히 꽃을 비껴
기와더미에 쌓이는 햇살
배중손 벼르던 죽창이
섬뜩 나를 찌르네.
쇠별꽃
1
꼭 살아야 할 것들은 빙점에서도 싹을 틔우듯
간다 간다 올해도 못 간 실향민의 눈빛 같은,
반 녹은 고양이 발자국
쇠별꽃이
피었다.
2
물난리 치른 후에 손금 하나 더 생겼다는
택배로 배달된 수해지구 쌀을 씹으면
처남댁 아이들 눈빛이
보송보송
떠올라.
3
제자리 피어있어도 올겨울은 타향 같다
스스로 체온을 아끼던 쇠별꽃 두어 송이
하얗게 설날 문턱에
새끼 고양이
소리로 운다.
고정국․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서울은 가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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