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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신작시/이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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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4월
잠이 덜 깬 나무 한 그루가 멍하니 서 있다
온몸에 연둣빛 송충이 같은 이파리가 기어 나오는
나무들이 몸을 틀고 섰다
목련은 또 웃음이 하얗게 폭발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놀란 새들이 여기저기 울어댄다
사이사이
덜 풀린 하늘이 남아 있다
그 아래, 길 하나가
뱀처럼 기어가고 있다
길의 끝은 어딘가로 숨었다
幻․3
―희망
그대를 내 손으로 죽인 뒤, 나
그대 묻을 곳을 찾아다니다 생을 다 보냅니다
죽은 그대를 들쳐 매고 온 산천을 다 헤매고
온 저자를 다 헤매어 봐도
그대 묻을 곳 없습니다
죽은 어미 곁에 그대를 묻을까
죽은 아비 곁에 그대를 묻을까
죽은 자식 곁에 그대를 묻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뜩치 않아
오늘도 나는 죽은 그대를 업고 장에 갑니다
그대를 곁에 놓고 밥을 먹고
그대를 안고 선 잠에 듭니다
잠마다 그대로 가득합니다
이경림․
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토씨찾기 등, 시산문집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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