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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신작시/채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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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568회 작성일 08-02-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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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풍묵


그리운 관습


관습을 신던 적이 있다
관습을 버린 적이 있다
발에 맞지 않는다고
찌든 냄새 배었다고
걸었던 그 길마저 버린 적이 있다
단단한 세상 비스듬히 닳아
뒷굽에 남아 있는 관습이었다
죄었다 풀었다
매듭도 헐거워진 관습이었다
정해진 보폭으로 걷다보면
오래 지니고 산 티눈으로
점점 굳게 박히는 걸음걸이
관습의 광택이 흐려지면서
발돋움 너머까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자주 길들여지곤 했다
발꿈치에 찍혀 쓰러지는 길
발부리에 채여 일어나는 길
이따금씩 사라지고
맨발이 될 때가 있다
발에 맞춘 관습과 함께 걸었던
관습이 그리울 때가 있다



숟가락질


밥, 숟가락질
한다 들락날락
벌렸다 오므렸다
밥, 먹는다
밥, 먹을 수밖에 없다

오목한 성
길쭉한 성
매끈한 결합이다 숟가락

밥맛을 알 수 없는,
국맛도 모르는 숟가락에
밥그릇 비워갈수록
공복 긁히는 소리

채우면 어느새 비고
아무래도 다시 채우려
제 구멍 찾아 들랑날랑
놓아 버릴 수 없는
이, 숟가락질


채풍묵․
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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