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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신작시/이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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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협
거울 속 나를 훔치다
난 살아있다 거울을 보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 알약 두 알을 경직된 입을 열고 툭 털어 넣었다 검은 나라 생각이 길었다 마디마디 끊어지기도 했지만 내려앉은 시간 그 느낌 길어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결같은 두통으로 흐느적이는 영혼, 추스르기 버거운 무게 얇은 천을 두르고, 거울을 보아야겠다 가끔이라도 혼미해지는 그리운 이라고 중얼거린다 볼 수 없어 보 수 없는 그리운 가까워도 볼 수 없는 아린 사람 하나 품으며 다시 눈 감는다
내, 목숨의 퓨즈
바람 부는 푸른 별 아래 동전이 떨고 있다 너 잃고도 사람들은 우아하다 너를 품어 나선 어둠 모서리, 텅 빈 거리 아기 꽃대가 부러지지만 무심한 눈초리들은 내림굿판을 벌이지, 시간은 사건이고 해동이 판치는 포도가 요령을 흔들고, 붉은 자죽에 두툼한 성에꽃으로 피어나 죽비 소리만 고집하다 주저앉은 눈 파고들어 심장에 앉을까, 하나 남은 퓨즈, 닫힌 늑골을 비집고 물길이 트여 꿈틀대다 밤새 암흑 수로에 출렁거릴까 몸 어딘가 온전한 퓨즈 한 개쯤 남아 있을 것이다 동전으로 품에 넣을 퓨즈를 안을 수 있을까 자살할 나이도 놓쳐버린 지금, 두려운 건 두려움이 가지 무늬일 뿐, 언젠가 너처럼 도태될 목숨이니
이현협․
경기도 포천 출생
․2004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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