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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2005년 봄호) 대학생의 독서 일기/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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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르 코엘료 연금술사(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2001)
연금술사
진윤경(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연금술사.
언뜻 들으면 마법사 같기도 하다. 모든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사람이라. 제목부터가 신비하다. 요즘 선전을 많이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건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마크툽.(이미 그렇게 될 것이었다.)
우리를 연금술사에게 인도하는 주인공은 산티아고다. 그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신학도에서 양치기로, 피라미드를 찾는 모험가에서 크리스탈 가게 점원으로, 오아시스 여인의 연인으로, 한때는 바람이 되기도 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틀 안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16세의 신학도는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다. 바람처럼 떠도는 삶이 그리웠다. 그래서 양치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양치기라는 것도 그 안에서 머물다 보면 익숙해진다. 나중에는 기계적으로 양들의 먹이와 물을 위해서만 떠돌게 되기 때문이다.
양들에게 익숙해질 무렵 산티아고는 피라미드에 가서 보물을 찾는 꿈을 꾼다. 양치기인 산티아고로써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꿈에 아리송해져 꿈을 꾸는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산티아고는 늙은 왕을 만나게 되고, 피라미드에 가서 보물을 찾는 것이 실현시켜야 할 자신의 신화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양들을 팔고 피라미드를 향해 떠난다. 이것이 다른 사람보다 그가 특별한 두 번째 이유다.
자기의 꿈을 믿고 따르려는 노력을 해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우리들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는 더욱 위대하다.
‘젊음의 초입에서 자기 자신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시절에는 모두를 꿈꾸고 희망하기를 주저치 않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그 기운이 사실은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게 하도록 인간을 단련시킨다.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인간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이 구절은 이 소설을 하나로 압축해 놓은 핵심 내용이기도 하지만, 내가 절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22살이고 꿈꾸는 삶이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나는 대학 졸업반이고, 내가 꿈꾸는 삶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현실은 내가 꿈꾸고 있는 삶이 불가능하다고 쉴 새 없이 달콤하게 속삭인다, ‘편하게, 남들처럼 사는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 현실과 타협한다. 그럴수록 꿈이 멀어진다.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런 현실에 익숙해진다.
나는 산티아고가 안타깝게 바라보던 팝콘장수의 모습을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산티아고는 양들을 판 재산을 모두 잃고 빈털터리에서 크리스탈 점원으로 다시 양들을 되찾을 만큼의 돈을 번다. 자신은 스페인 사람이지만 굳이 아랍어가 아니어도 아랍 사람들과 무언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배운다. 나중에는 사막의 이야기나 바람의 이야기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신의 목소리까지도 만나게 된다. 세상 만물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금술이란 곧 우주의 언어이며 자연의 섭리다. 영국인이 가지고 있던 책 속에서 연금술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집념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금속을 관찰하면서 자기 자신이 정화됨을 깨닫는다. 영국인은 자아의 신화를 발견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시도해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사막에서 연금술사를 만나 그 한마디를 들었다. 자아의 신화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용기, 그것이 모자랐던 것이다.
만물의 정기를 이해하기 시작한 산티아고는 ‘소유’를 초월한 사랑을 만난다. 오아시스 여인, 파티마를 만난 순간 그와 그녀는 서로를 알아보았다. 파티마는 산티아고가 피라미드를 향해 가는 길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막지 않는다. 돌아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결국 산티아고는 피라미드에 도달하고 그의 보물을 찾게 된다. 그리고 산티아고는 파티마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참으로 멋진 이야기다. 그가 거친 행운의 시간들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끈기와 용기를 시험하는 이야기는 나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었다. 젊음의 초입에서 나에게는 이 책이 또 하나의 지표가 될는지도 모른다. 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지는 내 몫이지만, 나의 보물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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